피고, 2017년 퇴직하며 명예퇴직수당 7000만원 수령…지자체 독촉에도 5년간 수당 반납 안 해
법조계 "현재는 공무원 수사기관 조사 받으면 10일 내 직장 통보해야…1990년대에는 규정 없어"
"소속 공무원 범죄이력 확인 못한 기관 일부 책임 있지만…의도적으로 숨기면 책임 묻기 어려워"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한 사안…국고반환 거부하는 행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법률적 장치 필요"
전직 학교장이 과거 사기범죄 처벌 전력이 뒤늦게 드러났음에도 명예퇴직수당을 환수하지 않자 지자체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금에 더해 5년여간 반납을 미룬 기간 이자까지 더한 수당을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법조계에서는 국가 기관을 기망해 명예퇴직수당을 받은 것이라며 사기죄 등 형사상 처벌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고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민사6단독 재판부는 광주시가 전직 초등학교 교장 A씨를 제기한 부당이익금 소송에서 광주시의 승소를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80년부터 2017년까지 교사로 재직한 뒤 퇴직하며 명예퇴직 수당 약 7077만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A씨의 퇴직 후 행정정보 공동이용 시스템 내 범죄경력을 조회한 결과, 1997년 사기 범행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판결 받은 전력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가공무원법은 '재직 중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명예퇴직수당을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시는 2018년 10월부터 2023년 7월까지 9차례에 걸쳐 A씨에게 환수고지서를 보내고 여러 차례 반납 독촉고지서까지 보냈지만, 5년여간 A씨가 수당을 반납하지 않자 결국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원고인 광주시의 청구 이유가 정당하다고 인정된다"며 "피고 A씨는 원금에 5년여간 반납을 미룬 기간 이자 4000여만원까지 내야 한다. 다만 환수금과 이자 합계 1억1253만535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기각한다"고 밝혔다.
김한수 변호사(법무법인 우면)는 "현재는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 관련법에 따라 교사나 공무원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면 10일 내로 소속 기관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돼있다"며 "그러나 당시(1990년대)에는 해당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A씨는 처벌 사실을 소속 기관에 숨긴 채 교사로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만약 과거 처벌 사실을 숨기고 명예퇴직수당 등을 수령했다면 당장 자진해서 반납하는 것이 좋다. 이 사건만 하더라도 지급받은 수당 7000만원에 법정 이자 4000만원까지 더해 반납하게 됐다"며 "이 사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피고는 기망을 하여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았다. 이는 사기죄 등 형사상 처벌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피고가 사기 범행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1997년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전산화가 지금처럼 잘 돼있지 않던 시기"라며 "소속 공무원의 범죄 이력을 확인하지 못한 감사팀, 담당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겠지만, 당사자가 범죄 이력을 의도적으로 숨긴다면 이들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와 같은 교육공무원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일반적인 공무원들보다 더 높은 기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교육공무원이 사기 범행에 관여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건 너무도 잘못된 행동이다. 관계 부서에서도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경각심을 갖고 명예퇴직자를 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현행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명예퇴직수당을 받을 자격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수당을 단순 수령한 행위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며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자가 되는지 여부를 선별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국가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처럼 명예퇴직수당 환수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의 법정 이자만 따져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국고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입법론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