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진단서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아직 안 내…재판 거부하는 듯한 모습 보여 우려"
"피고인, 법정에 나와 자신의 억울함 개진하는 게 우리나라 사법시스템 존중하는 태도"
"심리적 불안 선거 끝나면 완화될 것…15일도 안 나오면 불출석 상태로 재판할 수 밖에"
檢 "보통 국민 상상도 못하는 특권 요구하는 게 5선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냐"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는 송영길(60) 소나무당 대표가 법원의 보석 기각에 반발하며 또다시 재판에 불출석했다.
송 대표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송 대표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보석 청구 기각 등으로 참정권을 침해당했다. 저항권의 하나로서 재판을 거부하고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송 대표는 지난 1일 공판에도 보성 청구 기각으로 인해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출석을 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는 송 대표 측 변호인도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늘 어떻게 재판을 진행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피고인 측에서 한 분도 나오지 않아 엉망이 돼버렸다"며 "변호인들도 불출석하는 상황은 상상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대표 측이) 심리적 불안감을 이유로 불출석한다고 해서 진단서를 제출해달라고 했음에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라며 "다소 억울하다고 해도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서 이를 표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변호인은 재판에 출석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재판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법정 출석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권리"라며 "법정에 나와 자신의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심리적 불안도 선거가 끝나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생각하니 오늘 공판도 연기하겠다"면서 "다음 공판인 15일에도 재판에 나오지 않는다면 불출석 상태로 재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도 발언권을 얻어 송 전 대표의 불출석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은 "송 대표의 입장은 결국 '나는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사람이고 선거운동 할 수 있도록 빼달라,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으니 재판 거부하고 단식한다'는 것"이라며 "매일 야근하면서 힘들게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사람들과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으로 사는 청년들이 '내가 선거를 나갈 테니 재판을 거부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히는 게 가능한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보통의 국민은 상상도 못 하는 특권을 마치 맡겨놓은 물건 돌려달라는 듯 요구하는 게 5선 국회의원에 집권여당 대표를 역임한 분으로서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다음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송 대표가 계속해서 불출석을 고집한다면 서울구치소 측과 협의해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송 대표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6억6050만원이 든 돈봉투를 당 관계자에게 살포하고 외곽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통해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올해 1월 구속기소됐다.
구속 후 소나무당을 창당해 4·10 총선 광주 서갑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송 대표는 2월말 보석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달말 증거 인멸 염려 등이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