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 "한강기적 이끌었던 영등포, 4차산업 중심지 만들 것" [구청장 열전 ②]


입력 2024.04.19 05:03 수정 2024.04.19 09:13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서울서 낙후된 준공업지역 가장 많은 영등포…지방자치, 국민체감 행정의 최일선"

"경부선 지하화, 단순한 공간확보 아닌 단절된 생활권 연결 사업"

"과학기술이 국가의 미래, 과학인재 양성에 앞장서는 영등포구 될 것"

"중앙정치와 지방자치의 역할 달라…주민 삶에 밀착하는 목민관 목표"

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영등포를 재정비해 4차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영등포구는 섬유, 철강 가공 등 2차 산업을 바탕으로 과거 대한민국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던 핵심 지역이었다. 여의도로 대표되는 한국 정치와 금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업구조 변화의 흐름 속에 이제는 낙후된 준공업지역이 서울에서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지방자치야말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의 최일선'이라는 신념 아래 영등포구의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1962년 경남 마산(현 창원)에서 태어난 최 구청장은 마산고등학교(40회)와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3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행시 합격자면 중앙부처 근무를 선호하던 당시 추세와는 달리 지방자치에 대한 신념으로 서울시 근무를 자원해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어 서울시청 정책비서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박근혜 정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획관리관, 주 인도 대사관 총영사 등을 역임한 뒤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 영등포구청장으로 당선됐다. 당적은 국민의힘이다.


지난 17일 데일리안은 최 구청장을 만나 그의 구정 운영 철학과 영등포구의 향후 비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데일리안과 최 구청장 간 일문일답.


-민선 8기 영등포구청장으로서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그동안의 구정 운영에 대해 평가하자면.


"1992년 5월, 공직 첫 발령지가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이었다. 사실 영등포는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 스무살에 올라와 고향보다 더 오래 산 곳이다.


구청장이 돼서 30년만에 영등포구청으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낡은 구도심 이미지가 그대로 있고 다른 지역보다 발전 더딘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한 행정을 강조했다. 구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고 인기위주의 전시행정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에 집중하는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영등포는 다소 늦었지만 지금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의 머리 속에만 있던 경부선 철도 지하화,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 문래동 공장 통(通)이전, GTX-B 노선 착공과 같은 영등포 도약 사업들이 앞으로의 100년을 좌우할 것이다."


-영등포구는 여의도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정치·금융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과거 구도심 지역은 아직 개발이 더딘 상태다. 지난 2월 서울시에서 서남권 대개조를 발표했는데 영등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서남권 대개조 계획에 보면, 준공업지역 내 공동주택 용적률을 400%까지 상향해 4차산업(정보통신기술, 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 경제 중심지이자 산업·주거·문화가 공존하는 직(職)·주(住)·락(樂) 복합공간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 구의 준공업지역이 서울시 준공업지역의 25%를 차지하고, 구 전체 면적의 20%나 된다. 서울시 전체 면적 중 준공업지역이 약 3.3%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현재 '준공업지역 일대 발전방안 마련' 용역을 시행중이다. 올해 8월에 용역 결과가 나올텐데 영등포본동·영등포동·당산동·도림동·문래동·양평동 등 준공업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와 발전 방안을 준비해 미래 4차산업을 견인하는 복합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영등포구는 경부선 철도로 인해 남북으로 단절된 지역이다. 경부선 지하화가 답이긴 하지만 워낙 대규모의 사업이라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경부선 철도는 영등포를 남북으로 갈라놓아 12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단절의 고통을 주었다. 소음, 진동, 개발 규제 등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고, 아직까지도 지역 개발을 막는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방역~신도림역까지 3.4km 구간이 지하로 내려가고 마침내 둘로 나뉜 영등포가 대통합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지난 3월 말 '경부선 일대 종합발전 마스터플랜' 용역에 착수했다. 청계천 복원 사례에서 보듯이 고가 철거, 하천 복원과 함께 주변지역 개발이 핵심이었던 점을 참고해 철도 지하화를 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발 더 나가서 상습 정체도로인 경인로를 지하화하는 것도 서울시와 국토부에 제안할까 검토중이다. 경부선 지하화로 주변부가 개발되면 교통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비한 교통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인재 양성이 중요한데, 올해 1월 출범한 영등포구 미래교육재단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난 1월에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IT․가전전시회인 CES를 참관하면서 Chat GPT를 개발한 세계적인 인공지능 벤처 회사인 OPEN AI 본사도 다녀왔다.


OPEN AI 본사에 근무하는 800여 명의 직원 중 인도계가 30%, 중국계가 30% 등이고 한국인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펼쳐질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과학인재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영등포가 과거 산업화 시대 한강의 기적 주역이었다면 앞으로는 AI, 빅데이터, 로봇과 같은 4차 산업을 뒷받침할 미래 첨단산업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올해 1월에 미래교육재단을 출범시켰다.


미래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지난해 5월에 일찌감치 국립과천과학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관내 학생들이 언제든지 견학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앞으로 우주항공시대가 열릴 것 아닌가. 그래서 올해는 우수 과학인재를 선발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방문할 예정이다.


과학인재 뿐만 아니라 구민 모두에게 평생교육을 지원하고,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약자와 동행하는 교육’, 어려운 이들에게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힐 기회를 주는 '영등포형 장학사업'도 미래교육재단의 역할이다."


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으 17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영등포는 일자리와 교통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상호간 시너지를 통해 낡은 영등포의 이미지를 벗고 젊은 영등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임기 후반기의 각오는 어떤지


"두 달 뒤면 민선 8기 임기 반환점을 돈다. 영등포 지도를 바꿀 주요 대형 핵심사업의 내실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영등포 르네상스'를 추진할 것이다.


도시발전의 두 가지 핵심요인은 일자리와 교통이다. 서울시의 서남권 대개조에 맞춰 관내 준공업지역에 4차산업 중심지를 조성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 경부선 지하화와 함께 신도림역과 여의도역에 정차하는 GTX-B 급행철도까지 들어오면 영등포는 사통팔달의 교통중심지가 된다.


일자리와 교통이 좋은 곳에는 자연스레 젊은 인구도 늘어나게 된다. 상호 간 높은 시너지 효과로 낡고 오래된 영등포의 이미지를 벗고 젊은 영(Young)등포가 되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이 이번 22대 총선에서 영등포갑 의원이 됐다. 어떻게 협력할 생각인지.


"나는 늘 열려있다. 내가 평소에 지방자치를 강조하는 이유가 뭐냐면 중앙정치의 혼란과 혼탁 속에서도 주민들이 사는 지역의 안정을 지켜주는 역할을 바로 지방자치가 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여의도 정치로 대변되는 중앙정치인들은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입법을 통해서 국민 삶을 거시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철만 되면 지역 놀이터나 무슨 시설 개장할 때마다 국회의원들 현수막이 막 붙는다. 그런 미시적인 일을 하라고 국회의원 뽑아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일단 한 지역에서 정책 실험을 해서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면 전국에서 벤치마킹해 퍼져나가는 것, 바로 그게 지방자치의 목적이고 목민관이 할 일이다. 국민의 삶에 가장 밀착해서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지방자치의 처음이자 끝인 것이다. 그것이 내가 30년 전부터 중앙부처를 지원하지 않고 서울시 근무를 지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