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지난해 철원 단독주택서 70대 이웃 주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
말리던 피해자 아내에게 흉기 휘둘러…범행 직후 만취 상태로 운전 혐의도
재판부 "술 취해 사물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할 능력 미약했다고 볼 수 없어"
"배우자 살해 모습 목격한 아내 입었을 정신적 충격, 깊이 가늠하기 어려워"
이웃집 밭의 나무가 자신의 주택 지붕 태양광 시설을 가린다는 이유로 이웃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23년이 확정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특수상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3년 4월 3일 오후 6시38분쯤 강원 철원군 오덕리의 한 단독주택에서 이웃 주민인 70대 B 씨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을 말리던 B 씨의 아내 C 씨(67)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6주간의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 범행 직후 혈중알코올농도 0.100%의 만취 상태로 차를 몰고 약 2.7㎞ 구간을 운전한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범행 당일 A 씨는 밭에서 일하는 B 씨에게 다가가 "XX, 나무 자르라고" 등의 욕설을 했다. B 씨가 "내 땅에 내가 심는데 무슨 상관이냐. 술에 취했으니,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자리를 피하자 A 씨는 집에서 흉기를 들고 와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자신의 차량을 몰고 사건 현장을 떠난 A 씨는 행인에게 "사람을 죽였으니 신고해 달라"고 소리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같은 날 오후 7시5분쯤 인근 저수지를 배회하던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과거 폭력 범죄를 저질러 여러 차례 벌금형을 받거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하고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A 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범행을 자수했다는 주장 또한 "수사기관의 직무상 질문 또는 조사에 응하여 범죄사실을 진술하는 것은 자백일 뿐 자수가 아니다"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행의 고의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필름이 끊겼다'고 진술할 정도로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져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기관에서 'C 씨가 말리니 더 화가 났다'는 취지로 답변했는데, C 씨에게도 적지 않은 분노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C 씨에게 고의로 상해를 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배우자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C 씨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2심은 1심보다 낮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A 씨가 뒤늦게 1심에서 부인한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피해자 측에 2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감안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