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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완성도가 중요”…‘성공 공식’ 안 따르는 요즘 드라마들 [D:방송 뷰]


입력 2024.06.04 07:40 수정 2024.06.04 07:4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저자극 멜로 ‘졸업’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내며 방대한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 ‘삼식이 삼촌’ 등 느리지만 탄탄한 전개로 ‘웰메이드’ 수식어를 노리는 작품들이 안방극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초반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전개를 선보이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반전을 쓰는 사례들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성공 문법’에서 벗어난 드라마들도 속출 중이다.


현재 공개 중인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은 시대적 배경부터 서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까지, 일명 ‘요즘 드라마’와는 다른 길을 걷는 작품이다.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 분)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 분)이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까지. 격동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낭만’,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춰 쾌감을 강조한 MBC ‘수사반장 1958’과는 달리, 3.15 부정선거를 연상케 하는 내용부터 삼식이 삼촌과 김산이 주도하는 국가 주도 경제개발계획 등 실화를 연상케 하는 무게감 있는 전개로 ‘시대극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3분의 1 지점에 해당하는 5회까지 그들의 소신과 시대적 배경을 꽤 공들여 설명하면서 후반부 휘몰아칠 전개의 발판을 탄탄하게 마련했다.


이에 ‘진입장벽이 높다’, ‘너무 무겁다’라며 호불호가 이어지기도 하지만, 송강호는 “트렌드화 된 OTT 드라마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기도 했다. 그래서 모험이지만, 더 신선할 수 있다고 여겼다”라고 ‘삼식이 삼촌’만의 개성을 드라마 출연 이유 중 하나로 꼽았었다.


TV 플랫폼에서도 느리지만, 묵묵히 작품의 색깔을 쌓아나가는 작품들이 호평 속 관심을 받고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 여러 편의 멜로 드라마를 연출하며 ‘안판석표 멜로’를 향한 신뢰를 쌓아온 tvN ‘졸업’이 대표적인 예다.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 분)과 신입 강사로 나타는 제자 이준호(위하준 분)이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애틋한 감정을 쌓아나가고 있다.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며 이목을 끌기보다는, 선생님과 제자라는 관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관계로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하게 풀어내며 ‘어른 멜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인공들의 감정 또는 내면에 집중해 깊이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 ‘졸업’의 강점이 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거나, 눈을 보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췄지만, 우울증 또는 불면증, 비만 등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으로 인해 능력을 잃은 히어로의 이야기를 다룬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도 또 다른 예다. 히어로가 주인공이지만, 그들이 여러 사회문제에 맞서는 과정이 아닌 그들의 복잡한 내면을 살피며 위로의 메시지를 선사한다. 시청률은 4% 내외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향한 호평은 이어진다.


한층 과감한 표현으로 메시지에 방점을 찍는 작품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기괴하고 잔혹한 상황들을 나열하며 ‘불편함’을 야기한다.


자극적인 전개로 흥미를 높이는 방향이 아닌, 캐릭터들의 충격적인 민낯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야기하면서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흐름에 대해 경각심은 던지는 것이다. ‘더 에이트 쇼’에서 3층을 연기한 류준열은 이로 인한 시청자들의 호불호에 대해 “오히려 의도가 잘 통한 것”이라고 말했으며, 문정희는 ‘더 에이트 쇼’의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다 본 뒤에 입소문이 나서 더 많은 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문정희가 언급한 것처럼, 최근에는 방송이 시작된 이후 서서히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을 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최근 종영한 tvN ‘선재 업고 튀어’가 신선한 설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짜임새 있는 서사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성이 폭발했었다. 한때는 1~2회에 하이라이트를 몰아넣으며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다면, 이제는 ‘성공 공식’보다는 작품 그 자체의 완성도가 중요하게 작용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엔 그래서 작품의 흥행 여부를 예측하기가 더 힘들어졌지만, 그것이 좋은 것이라고 본다. OTT를 필두로 요즘엔 다양한 표현 방식들에 대해 시청자들이 받아 들여주고 있는 시기가 된 것 같다. 이때 다양한 시도를 하며 좋은 작품들이 나와준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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