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경·김은숙 등 스타 작가부터
이병헌 감독 등 감독들까지…'크리에이터' 참여로 힘 보태는 창작자들
‘마인’, ‘힘쎈여자 도봉순’ 등을 집필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백미경 작가가 티빙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이하 ‘나대신꿈’)을 통해 ‘크리에이터’로 변신했다. 대본 집필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작품의 방향성 및 캐스팅 등에 도움을 주는 ‘기획자’로 활동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이런 자리가 생각보다 어색해서 고사를 했는데, 티빙에서 뭐든 도움이 되라고 압박을 해서 도움이 되려고 왔다”라며 ‘나대신꿈’ 제작발표회에도 나선 백 작가는 “김민경 감독과도 친분이 있고, 유자 작가님은 나의 보조작가를 5년 정도 했던 절친한 동료였다. 두 사람이 입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기획을 했다”고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이유를 밝히며 “도발적인 제목인데, 나답다고 생각했다. 신데렐라는 구시대적인 내용이지만 기회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라고도 여겼다.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누구나 바라지 않나. 지금 MZ세대와도 닿을 수 있는 메시지라고 여겼다”라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앞서는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더 글로리’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티빙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바 있다. 김 작가 또한 해당 작품을 집필한 은선우 작가와의 인연으로 참여를 하게 됐다. 공개 당시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의 김병수 감독은 김은숙 작가의 역할에 대해 “기획적인 부분에서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시청자들에게 보이는 드라마의 톤 앤 매너에 대해 조언, 회의를 할 때도 굉장히 유니크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말했었다.
‘제빵왕 김탁구’,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경성크리처’를 쓴 강은경 작가는 현재 방송 중인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 참여 중이며, 이병헌, 한준희 등 스타 감독들도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등 전문 프로듀서가 아닌 스타 작가와 감독들이 기획 또는 촬영 과정에 기여하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는 요즘, 베테랑들의 합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한 관계자는 “작품의 규모도 커지고, 그렇지 않더라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베테랑들이 힘을 보태주는 것이 작품에 큰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백 작가는 ‘나대신꿈’의 기획자로 참여한 뒤 “로코물의 매력을 알았다”며 넓어진 장르 스펙트럼에 대해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 작가는 “저는 정통 로맨틱 코미디는 잘 안 썼었다. 치정 멜로나 파격 멜로, 불륜물을 좋아했는데, 이런 콘텐츠에 대한 니즈는 알고 있었다. 감독님도 원했고. 이 작품을 하면서 ‘외면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다음 작품도 로맨틱 코미디가 됐다. 미친 로코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나대신꿈’에 미친 영향은 물론, 새 역할에 도전하며 백 작가 역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동료 또는 후배들과의 친분이 바탕이 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나대신꿈’은 물론,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의 은 작가 또한 김 작가와 함께 일한 후배였던 것. 이병헌 감독이 참여했던 쿠팡플레이 ‘유니콘’ 또한 그와 함께 ‘멜로가 체질’을 연출한 김혜영 PD의 작품이었다. 이 가운데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유니콘’ 등 기대와는 다른 전개로 실망감을 유발한 작품도 없진 않다. 스타 작가·감독의 크리에이터 참여가 작품의 질과는 무관하게, 그들의 유명세에만 기대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앞서 베테랑들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언급한 관계자는 “스타 작가, 감독의 이름이 붙으면 홍보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요즘엔 그런 것만으로 시청 여부를 결정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