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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할 만큼 다 했다”…김민기, 생전 남긴 마지막 한 마디


입력 2024.07.22 15:37 수정 2024.07.22 15:3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아침이슬’을 작곡한 김민기 학전 대표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남긴 말은 “고맙다, 할 만큼 다 했다”였다.


고(故) 김민기의 조카인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학림다방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학림다방은 김민기의 생전 아지트였다.


ⓒ학전

김 팀장은 “선생님의 특별한 유언은 없었고, 대신 3~4개월 전부터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며 “남은 가족, 그리고 학전 운영을 이어가야 할 학전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늘 하셨다. 학전과 관련해선 ‘할 만큼 다 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학전 등에 따르면, 집에서 요양 중이던 김민기는 지난 19일부터 건강이 악화돼 20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21일 오후 8시26분 눈을 감았다. 김 팀장은 “가족과 작별인사 나눴다. 보고 싶은 가족들 기다리셨다가 다 만나고 가셨다”고 했다.


유언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말 다 고맙다'고 하셨다"며 "학전과 관련해선 '할 만큼 다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민기는 세상을 떠났지만 학전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 팀장은 “현재 학전은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다”며 “눈에 보이는 자료들은 아르코예술기록원이 가지고 가 2~3년 뒤 소장 자료로 확인하게 될 것이고, 학전은 김민기 선생님의 공연과 대중음악 작품 모두를 아우르는 아카이빙을 학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선생님께서 내려고 한 작품 대본집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하철 1호선’ 등 학전이 제작한 공연은 앞으로 만나기 어렵게 됐다. 김 팀장은 “앞으로 극단 학전에서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은 작품은 상연할 수 없다”며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은 ‘지하철 1호선’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누군가 염원하는 것들이 (김민기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작은어머니나 동생들과 함께 생각해서 학전 개관 40주년, 50주년, 100주년 되는 날에 한 번쯤은 생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고인이 남긴 또 다른 당부는 “나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지 말라”이다. 김 팀장은 “학전 폐관 소식이 전해진 뒤 ‘학전 출신 배우들이 1억씩 기부하면 학전을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있었는데, 학전 출신 배우들도 그런 마음이 있지만 김민기 선생님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못한 것”이라며 “학전은 학전 출신 예술인들의 도움을 물심양면으로 정말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민기는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며 현재 김민기를 대표하는 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발매한 곡들을 모아 1993년 네 장의 앨범으로 된 ‘김민기 전집’을 발매했고, 이 음반 계약의 선불금을 받아 1991년 학전을 개관했다.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 등 독창적인 뮤지컬을 선보이며 한국 소극장 문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학전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수많은 예술인의 꿈을 키워주는 둥지이기도 했다. 이 공간에서 라이브 공연을 이어온 고(故) 김광석은 학전이 배출한 최고 스타였고,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의 배우가 거쳐 갔다.


하지만 학전은 재정난에다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서 창립 33주년이었던 올해 3월 15일 문을 닫았다. 폐관 전날까지 많은 가수와 배우들이 함께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펼쳤다. 김민기 대표는 암 투병 중 가수 박학기를 통해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는 덤덤한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공연장은 학전의 정신을 이어 받아 최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롭게 개관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천안공원묘지, 발인은 24일 오전 5시30분이다. 조문은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가능하다. 조의금과 조화는 고인의 뜻에 따라 받지 않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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