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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서브텍스트가 쏘아 올린 서브 컬처 [D:영화 뷰]


입력 2024.07.23 14:17 수정 2024.08.03 11:0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최근 극장가 관객들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영화 속 숨겨진 의미를 각자 해석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해석과 2차 창작 활동을 즐기고 있다. 작품의 표면적인 내용 이외에 숨겨진 의미나 메시지인 서브텍스트는 관객들 사이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영화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반기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관객들의 해석과 2차 창작으로 흥행의 불씨를 지폈다면 이번에는 이종필 감독의 '탈주'다.


영화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자유가 없는 북한을 벗어나고자 하는 규남과, 그를 막기 위한 현상의 추적극 속에 현상과 얽힌 또 다른 인물 선우민(송강 분)이 등장이 관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묘한 분위기 속 감정을 주고 받는 현상과 우민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대사나 전사들은 없다.


다만 이종필 감독이 숨겨둔 이스터에그를 살펴보면 두 캐릭터 관계의 서브텍스트를 관객들이 채워 넣을 수 있다. 현상의 휴대전화에 러시아어로 저장된 선우민의 이름이라든지, 선우민의 도발에 반응하는 현상의 모습 등에서 두 사람의 러브라인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이종필 감독과 배우 구교환은 '탈주' 인터뷰 당시 현상의 휴대전화 속 저장된 선우민의 이름에 대해 스포가 될 수 있다며 함구하기도 했다.


이종필 감독은 영화 속 현상과 선우민의 퀴어 코드와 현상과 이제훈과의 관계성 등에 대해 "의도하지는 않았다. 창작할 때 이 인물들로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생각은 늘 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퀴어 코드로 읽어줬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은 하지 못했다"라면서도 "둘의 관계가 무엇이냐 했을 때 보는 사람이 채워주길 바라는 의도는 있었다"라고 전했다. 현재 '탈주' 관객들은 선우민과 리현상의 프리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종필 감독도 영화가 흥행한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화답했다.


'탈주'는 '인사이드 아웃2'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 레이스를 이어갔지만 입소문에 화력이 더해져 2주 차 평일 박스오피스 정상에 이어 3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 1위까지 거머쥐며 손익분기점인 2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2차 창작을 통해 자신의 해석과 상상을 덧붙여 영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는 방식은 공동체적인 경험을 만들어주며 영화의 팬덤을 공고하게 만들어준다. 앞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변성현 감독의 '불한: 나쁜 놈들의 세상'도 팬덤의 결집하게 만든 요소가 서브컬처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다.


서브텍스트 서브컬처를 통해 관객들의 참여형 문화로 함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요소로 영화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영화의 흥행과 팬덤 형성에 중요한 키가 된 대표적 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와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 등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영국 BBC 드라마에서 방영 된 '핑거 스미스'는 동명 원작 책을 3부작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모부의 엄격한 보호 속에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와 하녀 숙희의 서사가 메인 플롯으로, 이 작품은 팬덤에 의해 다양한 패러디물이 생성되고 관객들은 수차례 영화를 관람하며 미처 못 봤던 장면이나 감독의 숨은 의도를 찾아내는 N 차 관람을 이어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누아르물의 외피를 썼지만 퀴어물로 해석되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퀴어 서사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갔으며 설경구와 임시완이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설경구가 아이돌급 인기를 끌게 됐고, 아이돌급 조공, 상영회 개최, 지하철역 광고 등 다양한 곳에서 팬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현상은 영화의 흥행 부진을 극복하고 재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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