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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업계 먹여 살린, ‘회전문 관객’ 실종 위기


입력 2024.08.01 11:06 수정 2024.08.01 11:0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같은 작품을 수차례 반복해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은 뮤지컬계의 ‘효자’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모든 산업이 어려웠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 뮤지컬 업계를 지킨 것도 이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산업이 급성장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선 회전문 관객의 감소를 우려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파크가 지난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가 장기간으로 이어지던 2021년 뮤지컬 관객 중 한 공연을 여러 번 반복 관람하는 N차 관람 관객에 대한 조사한 결과 뮤지컬을 예매한 예매자 수는 약 139만명 가운데, 같은 공연을 2회 이상 반복해서 예매한 인원은 17만 5000여명(12.6%)에 달했다.


관람 횟수별로 세분해 비중을 살펴본 결과로는 2회 관람이 57.3%로 가장 많았고, 3회 관람이 17.3%, 6회~10회 관람 8.6%, 4회 관람 8.4%, 5회 관람 4.8%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1회 이상 관람한 관객은 3.7%의 비중으로 나타났다.


재관람의 의도가 보다 명확한 3회 이상 관람객은 2020년에는 약 5만여명이었던 데 반해 2021년은 약 7만 5000여명으로 그 인원이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간으로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마니아 관객층은 더욱 확대된 셈이다.


힘든 시기에도 뮤지컬계를 지켰던 회전문 관객이 최근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스타 캐스팅에 따라 제작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티켓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크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제작 비용이 오르는 만큼 티켓값도 올릴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는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요즘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소극장에 비해 대극장 공연들이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예술경영지원신터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뮤지컬은 티켓 판매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 1회당 평균 티켓 예매수도 22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기획제작사 입장에서는 타격을 입을만한 수치”라며 “경기 침체 속에서 고가의 티켓가격을 소비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뮤지컬 업계는 이러한 위기를 감지하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새로운 관객층을 흡수하려는 시도가 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뮤지컬 업계의 파이를 키우려면 관객층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지만, 일각에선 뮤지컬 업계를 성장 동력이었던 회전문 관객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단순히 회전문 관객을 잡으려면 ‘스타’를 캐스팅해야 한다는 방법은 위험하다. 결국 스타 캐스팅이 제작비를 높이고, 이것이 티켓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작사들은 티켓가를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낼 필요가 있다”며 “뿐만 아니라 높아진 티켓가에 걸맞은 우수한 작품성을 보여줘야 한다.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하고 작품성이 떨어지는 공연을 선보인다면 관객은 언제든 외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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