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영화 ‘대외비’에서 조폭과 정치인의 결탁 또는 배신을 다루며 흥미를 유발했던 이수진 작가가 U+모바일tv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이하 ‘노 웨이 아웃’)으로 색다른 상상력을 펼쳐내고 있다.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유재명 분)의 목숨에 200억 원의 공개살인청부가 벌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출구 없는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로 국호는 물론, 국호를 노리는 온갖 악인들의 대결을 통해 현실의 어두운 이면을 포착 중이다.
◆ 긴장감 넘치는 전개 뒤 남는 씁쓸함
이 작가가 쓴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 분)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분),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 분)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 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내용의 범죄 영화다.
‘대외비’는 사실 그간 흔하게 봐 온 정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세 순태에게 팽 당한 해웅이 복수에 나서고, 여기에 정치 깡패가 되고 싶은 필도가 가세해 엎치락뒤치락 상황을 반전시키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대외비’는 이 과정에서 우리네 현실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보여주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긴다.
새롭지는 않지만,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날 것의 민낯을 마주하게끔 하는 ‘생생함’이 살아있다. 조진웅, 이성민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과 ‘대외비’의 목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필요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대외비’의 미덕이다.
‘대외비’가 ‘아는 맛’에 집중한 작품이라면 ‘노 웨이 아웃’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한다. ‘200억원의 공개 살인청부’라는 가상의 상황을 바탕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호와 그런 국호를 노리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의 대결이 그 자체로 충분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아직 모든 캐릭터들이 공개가 되진 않았지만, 최악의 빌런 김국호부터 첫 번째 타깃 윤창재(이광수 분), 딜레마에 빠진 형사 백중식(조진웅 분),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안명자(염정아 분) 등 살인 청부를 둘러싸고 얽히고설키는 캐릭터들의 면면이 지루할 틈 없이 펼쳐져 다음 회차를 기다리게 한다.
영화에서 드라마로 서사는 확장됐지만, 더 과감한 이야기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다면 ‘대외비’와 달리, ‘노 웨이 아웃’은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한 만큼 한층 치열하고 과감한 전개로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살인’도 망설임 없이 선택할 만큼 거침이 없는 인물들로 주인공이 꾸려진 ‘노 웨이 아웃’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강점이 되고 있다.
흥미롭게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마주하게 될 씁쓸한 현실도 궁금해진다. 치열한 대결을 통해 결국은 권력의 속성을 파헤쳤던 ‘대외비’처럼 ‘노 웨이 아웃’ 속 악인들의 대결이 어떤 메시지를 남기게 될지, 첫 드라마에서도 이 작가가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