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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사망사고 초동조치 미흡 경찰관…직무유기죄 성립 가능성 매우 낮아" [법조계에 물어보니 483]


입력 2024.08.23 05:07 수정 2024.08.23 05:07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경찰, 음주·사망사고 초동조치 미흡했던 경찰관들 대상 '감봉 1개월' 등 징계 조치

법조계 "직무유기죄 성립하려면 단순 직무태만 넘어선 고의적인 직무포기 있어야"

"경찰, 직무 불이행할 경우 원칙적으로 직무 포기의 고의 있다고 간주해 징계해야"

"유사사례 막으려면 직무유기 성립 요건 강화해야…내부징계도 국민 법감정 반영 필요"

전복된 스파크 차량.ⓒ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포르쉐 운전자에 대해 미흡한 초동조치로 물의를 빚은 경찰관들이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직무유기죄가 성립되려면 의식적으로 직무를 방임, 포기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직무유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직무유기죄 성립 요건을 강화하고 경찰 내부 징계 수위 또한 국민법 감정을 반영해 상향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성실의무를 위반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전주덕진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 등 4명 가운데 1명은 감봉 1개월, 나머지 3명은 불문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6월 27일 오전 0시 45분께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광장 사거리에서 음주·과속 운전을 하다 10대 경차 운전자를 숨지게 한 포르쉐 운전자 B씨를 병원에 혼자 보내는 등 성실의무를 위반한 의혹으로 감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도심에서 사망사고가 났는데도 '채혈하겠다'는 B씨의 말만 믿고서 홀로 병원으로 보내 당시 음주 정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 팀장은 최단 시간 내 경찰력이 출동해야 하는 '코드(CODE) 1' 상황에서도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경찰의 미숙한 대처에 B씨는 병원을 나선 뒤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해 마시는 등 이른바 '술타기' 수법으로 경찰 수사의 혼선을 빚기도 했다.


황성현 변호사(법무법인 확신)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직무태만을 넘어선 의식적이고 고의적인 직무 포기, 불이행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라며 "경찰이 '고의적'으로 직무를 포기했다고 판단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즉 이번 사안 역시 담당 경찰관이 직무유기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경찰의 직무와 관련한 고의를 인정하기 위한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 법과 규칙에 따른 직무를 불이행할 경우 원칙적으로 직무 포기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징계할 필요가 있다"며 "징계의 기준을 명확히 하면 징계 수위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들이 '우리는 웬만해선 징계당할 일 없다'는 인식이 아닌 '해야 할 일 처리를 안 하면 징계당한다'는 인식으로 변화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무유기죄 성립을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직무를 방임, 포기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단순히 태만, 오인 등으로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직무유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해당 경찰관들이 '다른 경찰관이 채혈에 동행하는 줄 알았다', '실수였다' 등 취지로 항변하는 경우 직무유기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안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형법상 직무유기죄 성립 요건에 적어도 '태만으로 인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며 "경찰 내부 징계처벌 수위 역시도 국민법 감정을 반영해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시민들의 시선에서는 이번 징계가 '팔이 안으로 굽은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가볍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에서 '감봉' 징계는 절대 가벼운 처분은 아니다"라며 "감봉 징계를 받게 되면 해당 경찰관은 추후 승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미흡한 초동조치에 대해 상당한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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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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