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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구조된 뒤에야 눈 감은 母…가해자 "천도재 해줬으니 참작 좀"


입력 2024.09.01 04:31 수정 2024.09.01 04:31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JTBC

가족 여행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세 남매 아빠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30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해 7월 28일 중부고속도로 11중 추돌 사고로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를 잃은 남편 A씨의 억울함을 알렸다.


A씨에 따르면 사고 당일 아내는 어린 딸과 함께 지인이 운전하는 경차 차량 뒷자석에 타고 있었다. 이들이 탄 차량은 앞서 일어난 추돌 사고 여파로 서행하던 중이었고 그때 뒤따르던 차량이 A씨 일행의 차를 들이받았다.


가해 차량 운전자 B씨는 크루즈 컨트롤(주행 제어) 기능을 조작하다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A씨 아내가 탄 차량 뒷좌석 내부의 폭은 고작 8㎝에 불과할 정도로 처참하게 찌그러졌다. 아내는 막내딸이 구조되는 모습을 보고 난 후에야 눈을 감았다.


당시 A씨는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던 상태였는데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갔지만, 아내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딸은 간, 췌장, 폐 등 장기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고 자녀와 함께 탔던 지인도 중상을 입었다.


A씨는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해 1시간 20분 만에 구조됐는데, 아내가 아기(막내딸)를 그때까지 안고 있었다"며 "나중에 딸에게 '엄마하고 있을 때 얘기 안 했냐?'고 물으니 아내가 눈만 뻐끔하고 뜬 상태로 딸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구급대원분 말로는 아내가 그때까지 살아있었고, 아이를 먼저 꺼내자 아내가 숨을 거뒀다고 했다"고 말했다.


가해자인 B씨는 지난주 열린 첫 공판에서 죽은 망자를 위해 천도재를 지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A씨는 "가해자 변호사가 재판장한테 '망자를 위해 천도재를 지낸 걸 생각해 달라,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며 "아내에 대한 신상 정보를 모르는 가해자가 천도재를 지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자기변명이고, 참작해 달라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법정 앞에서 가해자를 봤지만 고개 한번 까딱인 게 전부였다. 법정에 들어서서야 판사 앞에서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가해자 B씨는 A씨와 합의하기 위해 공탁금 5000만 원을 걸어놓은 상태다. 하지만 A씨는 수령을 거절했다. A씨는 "세 남매를 홀로 키워야 해서 경제적 사정도 안 좋고 고통스럽고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검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금고 1년 6개월을 구형했으며, 선고 공판은 오는 9월 5일로 예정돼 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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