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김우겸 "'뿔'→'한국이 싫어서', 꾸준함으로 채운 10년의 여정" [D:인터뷰]


입력 2024.09.05 14:16 수정 2024.09.05 14:1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현재 맡은 역할 최선 다하는 배우 되고파"

배우 김우겸에게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잊지 못할 경험과 시간을 선사한 작품이다. 군대에서 휴가 나와 홀로 기차를 타고 부산국제영화제를 갔던 김우겸은 지난해 '한국이 싫어서'가 개막작으로 초청되며 레드카펫을 밟고 관객들을 만나며 벅찬 감정을 느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 후 지난 8월 '한국이 싫어서'가 개봉하며 지명으로 살았던 시간을 더 많은 관객에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 분)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행복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청춘들의 고뇌와 선택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김우겸은 이 영화에서 7년 동안 계나와 연애한 남자친구 지명 역을 맡았다. 지명은 풍족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기자로 취업하는 인물이다. 계나는 한국에서 희망을 찾지 못해 떠나지만 지명에게 한국은 어쩌면 가장 안전하고 신뢰가 가는 나라다.


김우겸은 한국에서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취업 준비생에서 기자가 된 지명이란 인물을 통해 또 하나의 청춘을 피워냈다. 개봉 전 다시 극장에서 본 '한국이 싫어서'는 참여한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 느끼는 게 더 많았다.


"부산에서는 탁 트인 야외상영관에서 봤었어요. 그 때는 들뜬 분위기 속에서 관람했었고 이번에는 깜깜하고 폐쇄된 공간에서 보니 집중이 엄청 잘 되더라고요. 사운드나 영상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어요. 그 때와 지금의 감상 자체도 달라요. 부산에서 봤을 때는 계나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관객으로서 지명의 입장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이라면 '한국이 싫어서' 속 계나, 재인, 지명 중 누구에게라도 이입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김우겸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영화를 다르게 보고 해석할 수 있는 점이 '한국이 싫어서'의 미덕이라고 꼽았다.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영화가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 각자 행복의 기준이 다르니까요. 전 계나, 지명, 재희가 세 인물로 영화에 등장하지만 한 사람 안에 저 세 인물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람이 한 가지 면만 가지고 있을 수 있겠어요. 희망이 안 보일 때 계나처럼 충동적으로 떠나고 싶어 하고, 꿈이 있으니 오늘도 출근 잘해보자는 지명의 마음으로 살 때도 있을 테고요. 또 재인처럼 낙관적으로 인생을 살고 싶다고 다짐하는 날도 있잖아요. 이 영화를 통해 그런 마음들을 관객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그래서 '한국이 싫어서'가 여러 사람을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우겸은 지명을 연기하면서 취업 전과 취업 후의 변화를 담아내 서사를 채우려고 노력했다. 이에 대본을 꼼꼼하게 읽고 느낀 바를 지명에게 입혔다.


"계나와 오랜 만에 다시 만나 아침에 일어나는 신에서 지명에게 피곤함이 묻어났으면 좋겠더라고요. 지명이가 취준생이었을 때와 지금은 기자가 됐으니 삶의 변화들이 자연스럽게 보였으면 했죠. 또 계나에게 기다리겠다고 말할 때 계나에게는 지명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으면 했어요. 계나가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 마음에 확신을 가진 그런 사람처럼요. 그런 것들이 우직하게 보일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지명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김우겸은 웃으면서 "아마 계나와는 함께하지 못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나와는 꿈꿨던 미래를 이루진 못했을 것 같지만 지명이는 잘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기자로서 꿈도 있고 신념도 있는 친구라 생각해요. 단순히 안정적인 직장에서 잘 살아가고 싶은 인물이라기보다는 자기 삶을 충실하게 나아갈 것 같아요."


장건재 감독은 김우겸의 캐스팅에 고민이 없었다. 그는 김우겸에게서 지명의 충실함과 우직함을 발견해 카메라에 옮겨 담았다. 김우겸은 평소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장 감독과의 만남에 기대를 품고 '한국이 싫어서'에 임했다.


"감독님은 제가 신뢰가 간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게 어떤 부분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처음 미팅할 때 대본 이야기도 많이 하고 고깃집에서 시작해 한성대 입구 근처를 걸으며 인간 대 인간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래서 편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제 생각들이 어필돼 지명과 닮아있다고 느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제 주변에 있는 분들로부터 감독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장건재 감독님과 꼭 작업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그래서 이번 촬영이 기대가 됐어요. 작업하면서는 저를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느낌이 컸어요. 이 신을 어떻게 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여기보다, 저란 사람을 그냥 지명으로 바라봐 주셨죠. 저의 생각이나 이런 행동들을 카메라에 잘 담아내고 싶어 하는 감독님 같았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고요."


함께 연기한 고아성과의 작업도 많은 배움이 됐다.


"(고)아성 누나와 연기할 때 걱정이 많았어요. 스크린에서만 본 배우니까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하지만 촬영장에서 만나니 한 명의 사람, 배우처럼 느껴졌어요. 그저 직업에 열정을 가지고 흥미롭게 일하는 사람이었죠. 프로다운 모습도 많이 접했어요. 그래서 배울 점도 많았고요. 그런 누나의 모습을 접하며 '나의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되겠다' 싶었죠.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솔직한 생각들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파트너였어요."


김우겸은 2014년 독립영화 '뿔'로 대한민국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복날', '세이레', '경아의 딸'등 다수의 독립영화에 꾸준히 얼굴을 알린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거창한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현재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배우가 돼 앞으로의 여정도 꾸준히 꾸려나가고 싶다.


"영화를 작업할 때 사람의 생각이 반영되는 게 즐거워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작업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싶고요. 그래서 글을 볼 때 새롭거나, 흥미로운 이슈가 맞닿아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 제게 주어진 걸 잘 경험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