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낙태약 먹고 조산한 신생아, 9시간 방치해 살해한 친모


입력 2024.09.06 10:09 수정 2024.09.06 10:12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주방에 있던 가위로 탯줄 자른 다음…수건에 쌓아 안방 매트리스 위에 눕혀

작년 3월 광주 나이트클럽에서 즉석만남으로 모르는 남성과 성관계

재판부 "친모, 보호 및 양육 책임 다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해"

"죄 무겁지만 반성하고 있고…갑작스러운 출산에 고의로 범행한 것 아냐"

법원 ⓒ데일리안DB

낙태약을 먹고 조기 출산한 신생아를 방치해 살해한 친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정훈)는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기소된 A(2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고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광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즉석만남으로 모르는 남성과 성관계를 했다. 그 뒤 장기간 생리를 하지 않았는데 7월쯤 임신테스트기로 아이를 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그러나 아기를 양육하기 위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A씨는 그해 10월 17일 낙태를 문의하러 한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병원 측에서는 임신 29주라 낙태가 불가능하다고 A씨에게 알렸다. 그러나 A씨는 홀로 아기를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해 낙태약인 ‘미프진’을 구해 먹었다.


같은 달 27일 오후 7시쯤 아기가 세상에 나왔다. A씨 집 화장실에서다. A씨는 주방에 있던 가위로 탯줄을 자른 다음 아기를 수건에 쌓아 안방 매트리스 위에 눕혀 놓았다. 몸무게 약 1.5kg, 30주 가량 된 남자 아기였다.


A씨는 그날 밤 자기가 일하는 노래방으로 출근했다. 6시간 뒤 집으로 돌아와 아기가 죽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선 다시 노래방으로 돌아가 일했다. A씨는 아기를 낳은 지 9시간 뒤에서야 "출산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112에 신고했다.


1심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고의로 아이를 방치해 살해하진 않았다"며 살해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원심 재판부는 "신생아에게 적절한 영양공급을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라며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했다.


1심은 "갓 태어난 피해자를 집에 홀로 둔 채 장시간 방치했다. 피해자가 생존을 위해 간절히 영양공급을 원했을 영겁과도 같은 시간 동안, 피고인은 당면한 문제를 회피해 버린 채 노래방으로 떠나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이름을 가져보지도 못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단 하루도 되지 않는 생을 마감했다"며 "피해자의 온 세상이나 다름없는 보호자인 피고인이 도리어 피해자의 존귀하고 소중한 생명을 거둬버렸다"고 지적했다.


A씨와 검찰 모두 이 판결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은 "친모인 A씨가 보호·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해 죄책이 무겁다. 반성하고 있는 점, 갑작스러운 출산에 사리 분별 없이 확정적 고의를 갖고 범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