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천 당시 靑 부속실장 노태우 비자금 SK 유입설 반박
"돈을 줬다면,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상식"
손길승·김종인도…최태원, 1.3조 분할 판결에 배치된 증언 잇따라
"돈을 줬다면, 고 최종현 선경그룹(현 SK) 선대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상식 아닌가."(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손길승 전 SK 회장)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김종인 전 6공 경제수석)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앞서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뒤집거나 반박할 만한 증언과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조3808억원 재산 분할 판결에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14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노태우 정부 당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던 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300억 원 비자금 메모'에 대해 "고 최종현 선경그룹(현 SK) 선대회장이 사돈인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자금 목적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가 SK그룹의 성장 발판이 됐다는 이혼소송 2심 재판부 판단을 전면 부정하는 진술로,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과 달리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란 손길승 명예회장의 증언과도 일치된다.
노 정부 당시 SK 2인자였던 손 명예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일단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조 씨는 5·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리며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다.
이에 대해 노태우 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 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자금 이야기를 해서 (선경에서 노태우 측에) 꾸준히 줬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경건설이 1992년 12월 발행한 50억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혼소송 2심 재판부는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내리면서 노 관장 측이 제출한 어음과 메모 등을 근거로 삼았다.
노 관장 측은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SK 측은 재판 과정에서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는 증언들이 이어지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SK 지원'의 진위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된 김옥숙 여사의 포스트잇 메모·약속어음의 증거 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전 실장은 육군사관학교(27기) 출신으로 1987년 제13대 대선 당시 캠프에 들어가며 노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노 정부 5년간 제1부속실장을 지냈고, 1993년 임기 종료 이후에도 3년간 '연희동 사저' 팀에 합류해 총 9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최측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