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뉘우친 정도에 대한 판단, 개개인 사정 고려해야"
"형사판결 선고된 지 28년 이상의 긴 시간 흐른 상황"
오래 전 사기죄로 실형 선고를 받은 것이 드러나 월남전 참전 보훈혜택을 못받게 된 유공자가 긴 시간 자숙하는 것으로 보이는 삶을 살아왔다면 혜택을 복원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단독 이용우 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고엽제후유증 환자 적용 배제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월남전 참전 유공자인 A씨는 2010년 고엽제후유증 질병인 '악성종양'(부신암)으로 등록해 보훈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다 감사원 감사 결과 A씨가 1993년 사기죄로 실형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서울지방보훈청장은 2021년 1월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고엽제법)에 따라 A씨를 보훈 혜택 적용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A씨에게 지금까지 지급된 보훈급여도 반납하라고 통지했다.
고엽제법은 고엽제후유증 환자가 사기죄를 범해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경우 고엽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모든 지원을 하지 않도록 한다.
이에 불복한 A씨가 두 차례의 행정심판을 청구한 끝에 보훈급여 반납은 취소됐다. 하지만 보훈 혜택은 여전히 받지 못하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지 2년이 지나면 '뉘우친 정도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다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고엽제법 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의 보훈 혜택이 복원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뉘우친 정도에 대한 판단은 일률적·획일적이 아니라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으로 해야 한다"며 "형사판결이 선고된 지 28년 이상의 긴 시간이 흘렀고 이 기간 A씨는 별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는 아파트 파견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2020년경 고령으로 일을 그만뒀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며 "살아온 삶의 행적에 의하면 A씨는 형사처벌을 받은 뒤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자숙하는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