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조만간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당초 한국 방문도 함께 추진하다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부정적 인식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지적이 나온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스틴 장관이 7일 캘리포니아주에서 개최되는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의 13번째 인도·태평양 방문인 이 일정은 역내에서 미국의 동맹·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평화, 안보, 번영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한 국방부의 역사적 노력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라이더 대변인은 설명했다.
앞서 3일 일본 교도통신은 오스틴 장관이 내주부터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해 한·미, 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마지막 한·일 순방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중 이뤄진 한·미 및 미·일 양자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성과를 점검하는 게 오스틴 장관의 당초 구상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날 해외 방문 발표에서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의 방문 일정과 관련해 “이번에 오스틴 장관이 한국에 방문하는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오스틴 장관이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을 요구하는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은 결국 지난 3일의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한국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오스틴 장관의 대화 상대방인 김용현 국방장관의 사임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장관이 계엄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고, 윤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수리했다. 후임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최병혁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지명됐지만 정상적인 업무 수행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전망이다.
계엄사태 여파는 한·미 간 안보 협의 전반에 비치는 모양새다. 4∼5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계엄사태 여파로 무기한 연기됐다. 라이더 대변인은 향후 NCG 일정을 묻는 말에 “아직 업데이트로 제공할 게 없다”며 “한국에서의 이벤트를 고려할 때 이것(일정 연기)은 신중한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에 대해 “한국 헌법에 따라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 이 동맹, 우리가 한국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은 태평양 양쪽 특정 대통령·정부를 초월하는 것”이라며 “공화·민주 여러 다른 행정부를 초월해 온 동맹이자 파트너십이며 한국에서도 계속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한·미·일 3국 파트너십을 계속 진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