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시작과 끝, 만남과 이별, 갈라진 길, 갈라진 마음. 만약 모든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넌 어떤 길을 따라갈까? 선택은 하나뿐이야.”
뮤지컬 ‘이프덴’은 위와 같은 질문의 결과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첫사랑과의 결혼생활에 처참히 실패하고 서른 아홉살에 ‘이혼녀’이자 ‘취업준비생’이 되어 10년 만에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 엘리자베스의 삶은 사소한 선택으로 ‘리즈’와 ‘베스’, 두 갈래 삶으로 나뉜다.
리즈는 군의관 조쉬를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고, 두 아이와 한 가정을 책임지는 워킹맘의 삶을, 베스는 조쉬와의 운명적 만남을 놓치고 시청의 도시계획사업 책임자라는 꿈의 직업을 이뤄가는 삶을 살게 된다. 순간의 선택이 완전히 다른 ‘삶’의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엘리자베스라는 한 사람의 두 인생 펼쳐짐에 따라 서사도 더 풍성해진다. 즉 작품엔 리즈와 베스의 삶이 번갈아가며 크게 두 개의 서사가 등장하는데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커리어우먼(베스)인가, 행복한 가정을 꾸린 아내이자 어머니(리즈)인가에 따라 등장인물의 성격도 달라진다. 설사 그 인물이 같더라도 관계성에 있어서 변화를 주는 등 영리한 연출이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나 어느 캐릭터 하나 버려지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극적인 전개를 위해 캐릭터를 과하게 소모하지도 않고, 단순히 지나가는 인물로 캐릭터를 소비하지도 않는다.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를 비롯해 청년 주거 환경 개선 활동가 루카스, 군의관 조쉬는 물론이고, 유치원 선생님 케이트, 뉴욕 도시 계획국장 스티븐, 시니컬한 변호사 앤, 소아과 의사 데이빗, 도시 계획국 직원 엘레나까지 모두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엘리자베스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것이 ‘나’의 삶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하나의 막이 끝나고, 또 다른 막이 시작된다. 그 누구의 삶도 ‘1막짜리 삶’은 없다. 이미 지난 선택에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이프덴’은 코믹함과 일상 연기로 경쾌함을 더하다가도 진한 감정을 건드리며 관객의 눈물샘을 건드리면서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 정선아는 엘리자베스 역에 최적화된 배우처럼 보인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도 좋고, 평소 그의 발랄한 목소리와 해맑은 표정이 잘 어울린다.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부분에서도 순식간에 관객을 몰입시키며 분위기를 압도하는 능력이 무서울 정도다.
물론 음악 자체의 효과도 탁월하다. 음악은 드라마 일부로 녹아들어 각 인물의 감정을 증폭한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로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석권한 극작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감정을 배가시키는 음악을 바탕으로 2014년 토니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외부 비평가상 등에 다수 노미테이트됐고, 오리지널 캐스트가 녹음한 OST는 발매되자마자 브로드웨이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정선아와 함께 같은 역할에 김지현, 린아가 캐스팅됐다. 공연은 2025년 3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