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출 93%…강달러 반사이익 기대
'인조이·다크앤다커 모바일' 등 신작 대기
단점이던 '원 IP 리스크' 해소해 성장세 지속
올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온 크래프톤이 4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본업의 성장과 함께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터라 강달러 영향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크래프톤은 새해 다양한 장르의 신작으로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31일 오후 1시 기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 하락한 1471.8원에 거래되고 있다. 월 초 1400원 부근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새 70원(약 5%) 가까이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크래프톤의 4분기 실적에 관심이 모인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약 93%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로 결제된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커져 환차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게임사 특성상 인건비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주요 인력은 국내에 있어 비용은 원화로 나가고 수익은 달러로 들어오게 된다. 지난 9월 말 공시된 크래프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환율이 5% 변동할 때 크래프톤은 552억1876억원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핵심 캐시카우인 '배틀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한 본업의 성장세도 점쳐진다. 배틀그라운드는 통상적 비수기인 4분기에도 견조한 트래픽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도 역대 최대 매출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고쳐쓰며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922억원, 영업이익 9670억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크래프톤은 다양한 신작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새해에도 이같은 고성장 기조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그간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받아온 '원 IP 리스크(하나의 지식재산권에만 의존하는 매출 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다. 그간 회사는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꾸리고 해외 개발사에 투자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는데, 내년부터는 이들 개발사가 제작한 신규 IP들이 본격적으로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이중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가 가장 먼저 공개될 예정이다. 해외 유명 게임 '심즈'의 대항마로 개발 중인 게임으로, 내년 3월 28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버전으로 출시된다. 언리얼 엔진5를 기반으로 제작된 수준 높은 그래픽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유도 높은 게임성이 특징이다. 크래프톤은 이달 초 별도 법인 '인조이 스튜디오'를 설립해 개발진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인조이는 출시 이전임에도 스팀에서 위시리스트(찜하기) 순위 5위, 팔로워 15만명을 기록하며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스팀에 '인조이: 캐릭터 스튜디오'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체험판을 공개한 적 있는데, 출시 2일 만에 창작물 개수가 10만개를 넘긴 바 있다.
크래프톤 산하 블루홀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있는 익스트랙션 RPG(역할수행게임) '다크앤다커 모바일'도 내년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올해 말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여러 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완성도 등을 이유로 출시 일정을 조정했다. 북미 스튜디오 언노운 월즈 엔터테인먼트가 개발 중인 샌드박스 생존 게임 '서브노티카2'도 내년 중 PC와 콘솔 플랫폼을 통해 얼리 액세스로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PvP(이용자간 전투) 슈팅 게임 '프로젝트 아크',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 투게더', 콘솔 게임 '눈물을 마시는 새' 등이 개발되고 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오래전부터 단일 IP 리스크에서 벗어나고자 멀티스튜디오, AI, 권역 확대 등 다양한 성장경로를 마련했다"며 "신작 파이프라인이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많고 인도와 중동 등 신규 권역에서도 확장이 활발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