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에 공급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1일(현지시간) 중단됐다. 체코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가스 경유를 중단했다”며 “이는 역사적인 일로 러시아는 시장을 잃고 재정적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나프토가스와 5년짜리 천연가스 수송 및 공급 계약을 맺고 유럽에 가스를 수출해왔다. 계약은 지난달 31일 종료됐고, 우크라이나 측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총 6개의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이중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가스관은 2개다. 이 가스는 주로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및 기타 동유럽국가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전쟁 시작 전인 2021년 유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45%를 공급했으나 개전 후 비중이 8%까지 줄었다.
가스공급 중단으로 친러시아 성향 회원국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가스요금이 당장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난달 29일 집행위에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한다는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암묵적 수용은 잘못이고 비이성적이다. 긴장을 고조하고 상응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러시아와 우호적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가스 계약이 체결되면 그때부터 '헝가리 소유'가 되므로 러시아산이 아닌 '헝가리산'으로 표기해 운송하자는 묘책을 내기도 했으나 우크라이나가 거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은 러시아의 재정적 능력을 약화하고 에너지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러시아의 능력을 제한하려 한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러시아의 가스 판매 수익이 연간 65억 달러(약 10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