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전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만델라(77)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돼온 살인사건을 경찰이 재조사한다고 AP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사건은 흑인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 ´백인 천하´를 이끈 정권과 맞서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측이 집권 후 1988년 11월 롤로 소노(21)와 그의 친구 시부니소 차발랄라(19)를 경찰의 스파이로 몰아 살해한 것을 일컫는다.
이 사건은 1994년 만델라 집권 이후 과거사 정리를 위해 설치된 진실화해위원회(TRC)의 조사 대상에 올랐으나 당시 경찰의 미온적인 초동 조사 결과와 위니의 연루 사실 부인으로 철저한 진상 규명 없이 흐지부지 처리됐다.
그러나 경찰이 숨진 두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체를 최근 발굴하면서 24년 전의 흘러간 옛 이야기로 정리될뻔한 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위니의 연루 여부에 관한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이번에 발견된 시신은 흉기에 찔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흔이 있고, 유전자 감식을 거쳐야 최종 확인되겠지만 사망자 신원은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니 만델라는 1990년대 말 TRC 조사때 다른 살인 관련 의혹 6가지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해서도 연루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1996년 만델라와 이혼한 위니는 지금도 집권당인 ANC의 최고기구 전국집행위원회(NEC) 위원을 맡고 있을 정도로 비중 있는 원로 정치인으로, 한편에선 ´민족의 어머니´로 추앙받지만 다른 한쪽에선 ´무자비한 복수의 화신´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과거 TRC는 위니의 경호책임자였던 제리 리처드슨이 위니의 지시에 따라 자신과 동료가 소노와 차발랄라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고 증언했지만, 위니에 대해 직접적인 사실관계 추궁을 하지 않았다.
또 소노의 아버지는 위니가 1988년 11월 자신의 집을 찾아와 숨진 소노가 경찰 스파이라고 하면서 사진과 서류들을 요구했다고 TRC에 밝혔고, 차발랄라의 어머니도 위니의 연루 혐의를 제기했으나 별다른 후속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피어스 피구 TRC 선임 조사관은 이에 대해 소노와 차발랄라가 실종된 지 하루 만에 사망 처리되자 경찰이 두 실종자를 사망 사건과 연결지어 조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폴 라말로코 경찰 조사 책임자는 어떠한 증인이나 진술도 없지만, 마땅히 재조사해야 하며 용의자가 누구라도 명백하게 신문에 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니 만델라는 과거 ´만델라 연합 축구 클럽´을 두어 자신의 경호대로 활용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경호책임자였던 제리 리처드슨도 이 클럽의 코치로 활동했다.
특히 이 클럽과 관련된 카티자 세베훌루 라는 이름의 증언자는 위니가 숨진 14세 소년 스톰피를 칼로 찌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고, 위니는 이 사건 연루와 납치 혐의가 인정돼 6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