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경전철에 진보도 반대 '탈선 위기'
사업성 논란에 선거 앞둔 전략 의혹 '잡음 무성'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경전철 재추진 계획이 탈선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가 9개 경전철 노선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도시철도 건설계획을 발표하자 각종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정치적 논란이다. 경제성-사업성 논란이 있더라도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곧바로 정책추진 단계로 이어져왔던 게 그동안의 대형토건사업 매뉴얼이었다. 정치적 반대의 곡선구간 각도가 커질수록 탈선의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새누리당은 “서울시민을 농락하는 박원순 시장의 행태가 가증스럽다(김성태 의원)”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야당과 진보사회진영의 반응이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토건종식’을 선언한 박 시장에게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각종 토건사업에 반기를 들어왔던 진보진영은 ‘아군의 이적행위’에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표면적으론 경제성-사업성 등에 대한 검증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지만 속내는 “아군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진보 시민운동 출신인 박 시장의 ‘토건종식’ 선언을 이끌어내고 환영하던 이들이다. 당장 이들이 어떤 방향을 잡느냐가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됐다. 전임 시장의 각종 토건사업추진에 ‘토목시장’, ‘삽질시장’이라고 비판을 퍼부었던 총구가 박 시장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진보언론도 반기를 들었다. ‘한겨레신문’은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원 해결 차원에서 사업이 추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꼬집었고, ‘경향신문’도 “서울시의 도시철도 종합 발전 방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선거 1년 앞두고 '선물보따리' 풀었나"
서울시가 밝힌 경전철 노선 신설 취지는 ‘지하철 등 기간 교통망과 떨어진 서민 지역의 교통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 당시 그려진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2007년 발표)을 수정 및 일부 노선을 변경하고, 위례신도시 건설에 따른 노선 등을 청사진에 담았다. 오 전 시장의 총 62.2㎞의 7개 경전철 노선을 85.41㎞의 10개 도시철도 노선으로 확대한 것이다.
당장 지적되는 부분은 경제성-사업성 문제다. 이미 용인시와 의정부시, 김해시 등에서 추진된 경전철은 경제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 탓에 ‘세금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해당 지자체는 이 때문에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업비 부담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전철 확충 비용은 총 8조5533억원으로 이 가운데 4조3000억원은 민간사업자 부담이고 국비 1조1723억원, 시비 3조550억원이 투입된다. 개통 후 민간 사업자에게 줘야 할 보전금도 만만치 않다.
안 그래도 서울시의 부채는 26조5000억원에 달한다. ‘부채 7조원 감축’을 공약으로 내건 박 시장이 재정부담이 큰 사업을 벌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선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쪽으로 쏠렸다. 박 시장이 선거를 의식해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서울시의원 등 수혜지역 정치인들은 경전철 사업 추진계획을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해 주민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경전철 유치 성공’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와 함께 토목 공사에 비판적이었던 박 시장의 ‘언행불일치’ 논란도 달아오르고 있다. 평소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해온 박 시장이다.
민주당의 ‘이웃정당’인 노동당(옛 진보신당)은 서울시의 경전철 사업 추진계획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지역 민원에 떠밀려 공개 토론회-공청회도 없이 연구용역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발표했다. 선거를 앞두고 개발압력에 교통 공익성을 포기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