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 새 방패 들고 '멍군!'
지난 경기 분패 거울삼아 수비전략 수정 주효
LG, 제퍼슨-문태종 의존도 줄여야 하는 ‘숙제’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의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LG가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이라는 최강의 창을 보유하고 있다면, 모비스는 리그 최저실점을 자랑하는 견고한 수비 조직력이라는 방패를 들고 있다. 양팀은 정규시즌 3승3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 들어서는 제퍼슨을 앞세운 LG의 창끝이 모비스 방패에 균열을 내는 모양새였다. 제퍼슨은 3차전까지 최다인 25.3점을 기록, 모비스의 수비를 농락했다. 3차전에서는 문태종마저 폭발했다. 제퍼슨-문태종 듀오에게만 47점을 내주며 모비스는 시리즈전적 1승2패로 열세에 놓이게 됐다.
지난 경기의 분패를 거울삼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4차전에서 하루 만에 수비에 다소 변화를 줬다. 문태종은 이대성에게, 제퍼슨은 함지훈에게 일단 수비를 맡기고 상황에 따라 다른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스위치 디펜스를 시도했다.
국내 선수들에게 상대 주득점원을 맡기는 대신 로드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 등 외국인 선수들을 국내 선수들과 붙여 부담을 줄이고 적극적인 도움수비를 가하는 전략이었다.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틀어 LG전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수비전략이기도 했다.
효과는 대성공이었다.
문태종이 20점. 제퍼슨이 15점을 넣었지만 지난 경기에 비해서는 모두 부진했다. 문태종은 이대성의 그림자 수비를 제치느라 체력소모가 컸고, 2쿼터부터 투입된 제퍼슨은 전반 단 2점에 묶였다. 원투펀치의 공격이 저조하자 전반에만 모비스는 10여점 차이로 리드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후반에 들어서야 둘의 득점력이 다소 살아났지만 이미 흐름은 모비스 쪽으로 훌쩍 넘어간 뒤였다.
LG는 김종규에게 오픈 찬스가 많이 났다. 김종규는 벤슨의 높이에 밀려 골밑으로 파고들어가지못했고 외곽에서 몇차례 중거리슛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림을 벗어났다. 벤슨은 노골적으로 김종규를 떨어뜨려두고 골밑에 오래 머물면서 문태종이나 제퍼슨이 파고드는 쪽으로 도움수비를 더 자주 가기 일쑤였다.
찬스를 잡지 못하며 답답해진 문태종과 제퍼슨이 직접 드리블에 이은 공격을 시도하면 모비스는 일부러 베이스라인 쪽으로 돌파를 유도하는 함정수비로 에워싸며 적중률을 떨어뜨렸다. 유재학 감독의 과감한 전술변화와 모비스 선수들의 완벽한 팀플레이가 멋지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4차전에서 제퍼슨과 문태종의 봉쇄에 대한 멋진 해법을 제시하며 멍군을 외쳤다. 이번에는 LG 김진 감독이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제퍼슨과 문태종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LG는 5차전에서 어떻게 공격패턴의 변화를 줄 것인지가 새로운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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