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단원고 교실...과제물은 "살아서 돌아올 것"
학우들 무사귀환 비는 포스트잇의 눈물 젖은 사연
"나보다 오래 산다며...거짓말이기만 해봐..."
‘세월호’ 침몰사고 사흘째인 18일 실종자 268명이 생사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이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단원고 2학년 텅빈 교실, 창문과 칠판에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선후배의 무사귀환을 염원을 담은 포스트잇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물쇠를 건 문고리에 걸린 옅은 빛깔의 분홍장미가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었다.
포스트잇에는 ‘꼭 살아서 돌아오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버텨 달라’는 간절함이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실종자 학생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성복아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춥고 무섭잖아. 가족들, 친구들이 다 기다리고 있어. 보고싶어. 빨리 나와. 무사히만 잘만 와줘...”, “‘언니, 누나들 제발 돌아와줘 많이 보고 싶어”라며 가슴에 사무친 그리움이 바람에 날렸다.
“너 어디서 뭐하는 거야. 나보다 오래 산다며. 그럼 얼른 살아 나와서 건강한 모습 보여 달란 말이야. 다민이 너도 나보단 오래 살거라고 했잖아. 너희들 거짓말이기만 해봐. 둘 다 혼날 줄 알아. 알았으면 후딱 연락해.”
“경미야, 너 나한테 내기 이겼잖아. 냉면 얻어먹어야지 거기서 뭐하고 있어, 얼른 나와서 얻어먹고, 걱정 좀 하게 만들지 마라. 부모님도 걱정 많이 하고 계시던데 ‘다녀왔어’ 라고 한마디 해줘”
뜻밖의 사고로 현재까지 소식이 끊긴 선후배의 무사귀환을 기리는 편지를 붙이는 손길이 떨리기도 했다. 스스로 위안을 삼다 끝내 울먹이는 친구를 부둥켜안으며 ‘괜찮을 거다’라며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다.
교실 앞 뿐 아니라, 2학년 교무실 앞에서도 학생들은 실종된 선생님을 애타게 불렀다. “해봉쌤 왜 아무소식이 없나요!! 쌤이 첫 수업 때 말씀하셨잖아요. 바대 ‘해’, 봉황 ‘봉’, 바다의 왕짱이라고. 그런데 왜 소식이 없나요. 빨리 돌아오세요. 수업시간 때 안 졸고 열심히 들을게요. 쌤 사랑합니다. 꼭 돌아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며 1학년 8반 학생들은 이해봉 선생님을 그리워했다.
1학년 5반 학생들도 아침마다 신발을 갈아 신는 곳에서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맞이했던 고창석 선생님의 모습을 회상하며, “고창석 선생님 보고싶어요. 아침마다 신발 신는 곳 앞에서 인사해주셨잖아요. 계속 인사해주셔야죠”라며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꼭 살아 돌아와주세요 제발”이라고 외쳤다.
그동안의 추억이 애절함으로 바뀌었다. 자신을 기억해준 것이 내심 고마웠던 한 학생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박육근 선생님에게 “저 기억나시는지 모르시겠는데요. 선일중에 (다녔던) 학생입니다. 선생님 제가 선일중이라고 했을 때 기억나신다고 한 거 아직도 생각나요. 선생님 정말 보고 싶어요. 기다릴게요. 늦어도 꼭 오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며 마음을 전했다.
같은 학교 선후배들은 물론이고, 인근학교 친구들과 주민들도 ‘무사히 살아만 돌아와 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편지를 남겼다.
재수생 엄마라고 운을 뗀 글에는 “힘 부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꽃보다 예쁜 아이들아. 아줌마도 기도한다. 너희가 이 학교로 돌아오길...모르는 니들도 모르는 이들에게도 얼마나 소중한 생명인지. 이런 일이 일어나서야 심장이 터질듯 아프게 느낀다. 미안하다 얘들아”라고 글을 마쳤다.
그러나 과도한 취재열기가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뜻밖의 사고에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기자들의 행동이 내심 서운했던 학생들은 “찍지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단원고 학부모와 재학생 500여명은 실종 학생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촛불기도’를 이틀째 열었다.
저녁이 되자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들은 ‘웃는 얼굴로 꼭 다시 만자나’, ‘배고프지? 엄마랑 밥 먹자’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휴대폰 프레시로 비춰가며 실종자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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