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이종인 춤추게한 이상호와 JTBC는 지금...
<기자수첩>다이빙벨이 만능인양 홍보하던 언론들
자진철수한후 "나도 사업하는 사람이야" 발언에는 침묵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 두 번 왔으면 세 번은 안 와야지. 세 번, 네 번 오면 사람이 아니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봐라.”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거센 항의에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지난 6일 진도 팽목항 취재현장에서 쫓겨났다. 앞서 이 기자는 실종자 가족들을 부추겨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 투입을 현실로 만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물러났을 뿐, 그뿐이다. 무모한 실험으로 날려버린 2박 3일에 대한 책임은 없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다이빙벨과 함께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6차례의 정조 동안 투입 2회, 선체수색 1회에 불과한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입항한 이 대표는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발언으로 다이빙벨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실종자 가족들의 상처를 후벼팠다.
하지만 이 기자를 비롯해 “생존자는 존재한다”, “천안함 실종자도 살아있다”고 주장하던 이 대표의 망상을 찬양하고, 다이빙벨 실험을 실행에 옮기게 한 일부 언론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다이빙벨 투입을 촉구했던 대다수 매체는 비판 논조로 돌아섰거나 침묵했다. 자신들에겐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
다이빙벨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사고 이틀 뒤였던 지난달 18일 이 대표의 인터뷰 발언이 JTBC를 통해 보도되면서부터다. 당시 이 대표는 “다이빙벨은 2000년에 제작돼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수평이동을 하면 조류의 영향을 거의 안 받는다”라고 주장했다.
뉴스 진행을 맡았던 앵커는 20시간이 잠수사 1인의 작업시간인지, 교대근무로 가능한 작업시간인지 묻지 않았다. 또 유속에 상관없다는 말이 조류의 영향만 받지 않는다는 말인지, 다른 장애요인은 없다는 건지 묻지 않았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은 ‘20시간 작업’, ‘유속과 무관’이라는 말에 현혹돼 이 대표에 동조했다.
또 에어포켓에 실종자들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주장은 각 언론에 여과 없이 보도됐다. 이 대표의 ‘희망고문’ 속에 실종자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다이빙벨 투입을 갈망했다.
이후 바통은 이 기자가 넘겨받았다. 더딘 선체수색에 격앙된 실종자 가족들이 대책본부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붙잡고 7시간 넘게 항의할 때, 이 기자는 마이크를 잡아들고 다이빙벨 투입을 촉구했다. 김 청장은 즉각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다이빙벨 투입을 요청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이 기자에게 취재를 허락한 이유는 촬영 영상을 편집하지 않고 방송했기 때문이었지만, 이 기자는 취재를 넘어 “지금이라도 당장 (물속에서) 20시간을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는 게 옳지 않겠느냐”라며 가족들에게 다이빙벨 투입에 대한 의사를 물었다. 이 기자의 말을 믿은 가족들은 동의했다.
다이빙벨이 실제 사고현장에 투입될 때도 이 기자는 팩트TV와 함께 바지선에 동승해 다이빙벨 투입부터 철수까지 모든 상황을 인터넷 방송과 트위터로 생중계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이빙벨의 취약점, 수색지연 상황과 같은 부작용은 생략된, 다이빙벨을 통한 작업에 성공했다는 단편적인 사실만 전파를 탔다.
JTBC는 처음부터 바지선에 동승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자신과 인터뷰로 방심위가 심의에 착수한 상황에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동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담뱃불을 부채질해 산불을 내놓고, 불이 번지니 슬그머니 부채를 접었다. 모든 죄는 담뱃불인 이 대표가 뒤집어썼다.
다이빙벨 논란을 부추긴 건 이들 매체뿐 아니다. 많은 언론사가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전제로, 혹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근거로 다이빙벨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사실 다이빙벨 투입 현장을 직접 확인한 언론사는 데일리안과 KBS(온라인), SBS, YTN(SBS와 교대), CBS, 연합뉴스TV,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아시아경제, 미디어오늘, 민중의 소리, 팩트TV, 고발뉴스, 뉴스타파 등 14개 매체뿐이다. 앞선 두 차례의 출항 때는 바지선에 단 한 곳의 언론사도 동행하지 못했다.
대다수 언론은 이 기자의 트위터를 출처로 기사를 작성했다. 인용이라는 설명도 없이 이 기자의 트위터 글을 긁어 기사에 붙인 매체도 있었다. 단면적 보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보도가 이 대표의 주장을 ‘획기적인 구상’으로 포장하고, 다이빙벨 투입 성공을 기정사실화해 실종자 가족들의 기대만 부풀렸다.
이 같은 언론의 행태는 무관심 속에 사라질 꿈을 현실로 만들어줬다. 다이빙벨에 관심도 없던 실종자 가족들을 부추겨 이 대표를 사고현장으로 내보냈고, 이 대표의 개인적 욕심에 선미 수색은 3일 동안 마비됐다. 하지만 이 대표의 주장을 진실인 양 보도하던 언론은 어떤 책임도 지려 하지 않는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JTBC는 방심위의 심의 소식과 함께 입을 다물었고, 고발뉴스는 아직까지도 이 대표의 실험을 ‘성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모한 주장에 동조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헛된 희망과 절망감을 안겼다면, 책임도 기꺼이 떠안아야 하지 않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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