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간부들 사이에서도 박지성은 영웅?
대북 소식통 "“간부들은 박지성 알지만 주민들은 월드컵 자체도 몰라”
최근 전 세계인의 시선이 브라질 월드컵에 향하고 있지만 세계 최악의 폐쇄당국인 북한의 주민들은 해당 소식을 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월드컵’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보위부 등 간부들만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으며 과거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가 무색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미비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북한이 70, 80년대 이후 축구 실력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축구에 대한 당국의 지원이 줄고, 생활고에 지친 주민들도 ‘스포츠’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 보위부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축구는 흔히 ‘배고픈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평양 시민이나 간부들을 제외하고는 월드컵을 아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물론, 북한은 과거 잉글랜드 월드컵 8강에 진출했을 당시에는 해당 소식을 대대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렸다”면서도 “하지만 이후 축구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면서 주민들에서 일절 월드컵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당연히, 북한 주민 대부분은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여부나 한국의 4강신화도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히, 북한 당국은 스포츠 역시 김 씨 일가의 ‘우상숭배’로 활용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개개인 선수를 부각하거나 이를 홍보하는 일이 없다”며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마라톤 선수 정성옥이나 계순희가 북한 내에서 부각된 이유도 이들의 성적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수상소감 등을 통해 김 씨 일가를 칭송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축구의 경우,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실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체제유지나 주체사상에 연계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해외 원정경기 등 투입되는 재정문제도 커 월드컵 자체를 주민들에게 일절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 소식통의 주장이다.
다만, 보위부 등 간부들은 실시간으로 남한 방송을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에 2002년 월드컵은 물론 관련 소식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간부들도 대남정보 수집용도 외에는 관련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발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군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4강 경기 장면은 평양 주민들에게 공개됐다. 이 역시 북한이 먼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당시 아시아 최초로 8강에 올랐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에 이어 남한이 쾌거를 이뤘다’는 식으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간부들 사이에서는 박지성 선수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남한이 축구를 잘한다’ ‘어느 선수가 유명하다’라는 언급은 절대하지 않는다. 그저 대남정세 파악 정도로 활용할 뿐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응원하거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례적으로 남한의 이탈리아전(16강)과 스페인전(8강)을 포함해 상당수 경기를 녹화 중계했다.
또한,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과 관련해 북한이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명의로 우리 정부에 공문을 보내 주요 경기를 북한에서도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지만 평양 시민이나 간부 외 일반 주민들은 해당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일반 주민들의 경우, 만성적인 기근 등 생활고에 시달리기 때문에 스포츠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한다.
“간부들은 박지성 알지만 주민들은 월드컵 자체도 몰라”
회령 출신의 20대 탈북자 A씨는 “북한에도 학교마다 축구부가 있어 걔들 중 잘하는 아이들이 시, 도 대표로 뽑힌 경우는 있었지만 한국처럼 축구에 대한 열기가 뜨겁지는 않은 편”이라며 “아이들이 재미삼아 공을 차긴 하지만 운동선수를 꿈꾸는 아이들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운동에 소질이 있는 극히 일부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부모들이 직업적으로 아이들이 운동을 하는 것에 회의적인 편”이라며 “월드컵이 있는 것도 한국에 와서야 처음 알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한에서 체육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각 급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정기적인 테스트나 학부모의 신청에 의해 종목별로 실시되는 기초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테스트에서 선발된 학생은 이후 각 도·시·군 등에 설치되어 있는 체육학교, 체육학원, 학생소년궁전·회관 체육구락부 등에서 훈련을 받게 되는데 그 수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A씨는 “북한에서는 운동으로 명성을 얻기 힘들다는 인식이 파다하다”며 “특히 북한 부모들은 아이가 운동을 함으로써 식대나 훈련복 마련 등으로 지출해야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장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월드컵은 오는 13일 오전 5시(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다음달 14일까지 32일간 열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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