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조속 처리? "포퓰리즘 입법 경계해야"
바른사회시민회의 '표류 1년 김영란법 쟁점은 무엇인가' 토론회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관피아 문제 척결의 핵심 대안인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두고 대통령까지 나서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을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포퓰리즘 입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표류 1년 김영란법, 쟁점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그동안 논란이 됐던 김영란법의 주요 쟁점과 과제를 짚어보고 향후 올바른 처리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품수수의 방지, 부정청탁의 방지, 이해충돌의 방지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 현행 입법안은 부패행위 통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포퓰리즘성 입법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먼저 법안이 의도하는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라는 가치는 누구나 거부할 명분이 없도록 만들지만 곳곳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법의 전문가조차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법률안 제정이나 개정은 업무처리의 신속성보다 신중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적용 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법률 전문가뿐만 아니라 경제·정치·교육·문화 등 각계 전문가들의 논의를 충분히 거쳐 '충격입법', '졸속입법'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향후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또한 “현재 입법안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어느 선진국보다도 앞서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시간을 다투어 입법하기보다 신중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재차 말했다.
아울러 그는 처벌대상이나 금지행위가 상당히 포괄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업무의 소극성, 공무원 상호간 의심과 불신 등의 풍조가 조장돼 공직사회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자들이 법에 정해지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아예 안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처벌한다는 최초의 입법의도보다 처벌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 경쟁적으로 제출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전 국민의 3분의 1가량(1570만명)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 교수는 “과연 일반 국민 5000만명이 현 입법안 내용을 읽고 사법부의 판례대로 정당행위의 허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졸속으로 처리될 경우)법의 운용 과정에서 사법부의 해석재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사법부 권한의 과도한 확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의 주요 쟁점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부분에 문제점이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김영란법의 주요 논점으로 △직무관련성 인정 여부 △적용 대상 논란 △연좌제 논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논란 △국민의 기본권 침해 논란 △과잉처벌금지 논란 △이해충돌과 사회상규 개념의 모호성 등을 지적한 뒤 “이 중 가장 문제되는 것이 이해충돌과 사회상규 개념의 애매함”이라며 “이해충돌 관련 부분을 법안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범위가 너무 넓어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역시 “법안의 이해충돌 관련 부분에 문제가 있다”며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어 모호하기 때문에 제척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시한 OECD 가이드라인(2003)에 따르면, 이해충돌이란 직무와 관련된 사적인 이해관계가 공직자의 직무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재정적 또는 금전적인 이해관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공직자가 개인적으로 맺고 있는 연고관계 혹은 연고관계에 있는 자의 이해관계도 포함한다.
이날 토론회는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와 송준호 안양대 경영학과 교수가 각각 발제자로,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와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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