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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좀 힐링하고 싶은데...추석연휴 볼 영화라곤...


입력 2014.09.07 11:02 수정 2014.09.07 11:06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나라 전체가 봄부터 지금껏 우울, 대작들은 미리 소진

영화 '두근두근 내 사랑' 포스터.ⓒ(주)영화사 집
추석 영화 고르기가 난감하다. 추석 영화로 선택 되었어야 할 영화들이 이미 여름에 소진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소진된 영화는 바로 영화 '명량'과 '해적'이다. 누구나 이 두개의 영화는 추석 연휴에 보기 알맞았지만 더이상 버틸 추동력을 갖지 못하고 밀려나버렸다. 여름내내 경쟁작들이 너무 약체라 두 작품에 크게 몰려 버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된 이유는 세월호 정국이 작용하고 있었다.

이제 추석 극장가에는 도박에 액션코드가 있지만 영화 '타짜-신의 손'과 '루시'는 모두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이기에 폭넓게 선택받을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다. 추석에 한국 사람들이 모여 고스톱을 치는 경우가 많다지만, 영화관에서조차 도박 영화를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탑 최승현이 주인공으로, 성공한 전작의 후광이 있지만 이 둘은 크게 폭발력을 이끌기에는 미흡하다. 영화 '루시'는 스칼렛 요한슨이 액션 캐릭터로 변신한 점과 뇌 활용 100%라는 과학 픽션이 특수효과와 함께 눈길을 끌지만 그 가설에 미흡함이 적잖고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군 최민식이 악질 조폭 두목으로 나오는 점이 대중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

추석 연휴기간에 가족영화로 선택받을 수 있는 영화는 '두근두근 내인생'이라 여겨지는데, 이미 베스트셀러라는 후광효과에 기대고 있지만, 그 내용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아 마음에 걸린다. 애초에 폭발력을 기대한다면,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을 크게 기대할 수도 있지만,

지난 3일 개봉 이후 극장가의 관객 반응은 역시 이와 멀어 보인다. 강추라고 할 수는 없어도 저학년 자녀들과 부모들이 선택할 수있는 영화는 '닌자터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메간 폭스가 평소에 극장을 가지 않는 남성 관객들까지 유혹하고 있다. 어쨌든 적어도 귀여운 거북 캐릭터들이 신나게 악의 무리를 쳐부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더 이상 가족간의 슬픈 영화들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아 보인다. 거꾸로 밝고 희망적인 내용을 더 선택할 가능성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명량'과 '해적', 그리고 '비긴 어게인'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영화 '안녕, 헤이즐'과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은 소설‘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와 소설 '두근두근 내인생'을 각각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영화 제작으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이른바 스크린 셀러이다.

출판 시장 등을 통해 많은 화제를 낳았던 '안녕, 헤이즐'은 영화 '비긴 어게인'만한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않았다. 영화 '원스'의 후광 효과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의 내용과 결말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영화 '타짜-신의 한수' 계보도.ⓒ싸이더스 픽쳐스
영화 '비긴 어게인'은 매우 희망적이고 기쁨으로 충만하다. 영화 '안녕 헤이즐'은 이미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암 투병 과정의 두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의 대부분은 삶의 재발견을 부각하지만 결국 둘은 중심으로 치달아간다. '비긴 어게인'에서는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두 사람이 등장하지만 곧 두 사람이 만남으로써 높게 비상하는 과정이 경쾌하게 그려진다. 결말은 관객들이 원하는 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두근두근 내인생'은 '비긴 어게인' 보다는 '안녕, 헤이즐'에 맞닿아 있다. 자식이 조로증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을 관객들이 같이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는지 물음표이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다만, 영국과 미국의 뮤지션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국민 영화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아트버스터'의 입지는 충만하다.

나라 전체가 봄부터 우울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렇기 때문에 밖으로 가족 단위 외출이나 여행도 자제했다. 이런 점은 여름 휴가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대신 영화관람으로 문화생활을 채웠다. 영화 '군도', 영화 '명량', 그리고 영화 '해적'에 몰린 관객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세 영화는 모두 국민과 시민들의 바람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었고, 부합한 면이 있었다. 현실이 우울하고 슬플 때, 그것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문화 콘텐츠에서 보여주는 희망적인 스토리를 접하는 것이다. 영화 '군도'가 좀 더 이런 모습을 반영했다면 폭발력을 가졌겠지만, 군도라는 그 이름과 컨셉의 차용만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

이외에 연속 시리즈의 명성에 힘입은 영화 '스텝업: 올인', 제2의 맘마미아로 불리는 '선샤인 온 리스'는 춤과 노래가 로맨스와 만나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역시 많은 관객들이 찾기에는 장르적이다. 물론 많은 관객들이 찾아야 좋은 영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추석은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찾아온 이른 명절이 되었으니, 가을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지는 않다. 따라서 로맨스나 멜로도 액션이나 오락영화도 지배할 수 없는 경계지점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많은 관객들이 유쾌하고 즐겁게 즐길수 있는 영화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오히려 텔레비전 영화들을 통해 대리충족을 해야할 지 모른다. 미래에는 스마트 영화가 발달한다면 재빨리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사회 분위기에 맞게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이런 현상은 반복될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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