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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원치 않는 진실은 숨겨져야 하는가?


입력 2014.09.25 09:24 수정 2014.09.25 13:22        부수정 기자

영화 '제보자', 2005년 황우석 스캔들 바탕

임순례 감독 연출…배우 박해일 유연석 주연

영화 '제보자'는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픽션 영화다.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고 배우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등이 출연했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진실과 국익 중에 어느 것이 우선입니까?"

영화 '제보자'에는 이 질문이 여러 차례 나온다.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말한다. "당연히 진실이지! 진실은 곧 국익"이라고 말이다. 만약 모두가 원치 않는 진실이라면 어떨까. 그럼에도 진실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제보자'는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픽션 영화다. 줄기세포 스캔들의 실체를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거짓보다 진실이 앞서는 사회, 진실을 감추고 은폐하려는 권력, 진실을 밝히는 자들을 마녀사냥으로 매도하는 대중. 영화는 그릇된 사회의 모습을 통해 진실의 가치를 되짚는다.

'남쪽으로 튀어'(201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등을 만든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등이 출연했다.

황우석 스캔들을 영화로 옮기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임 감독은 줄기세포의 진위보다 우리 사회의 진실을 파헤치는 한 언론인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임 감독은 "진실을 밝히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희생에 초점을 맞췄다"며 "진실을 말하기 위해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박해일이 극 중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의 진실을 파헤치는 시사 프로그램 'PD 추적'의 윤민철 PD를 연기했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제보하는 연구원 심민호 팀장 역은 유연석이, 줄기세포 복제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이장환 박사 역은 이경영이 맡았다.

어느 날 윤 PD는 이 박사의 연구 결과가 조작됐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제보자 심 팀장은 "아무런 증거도 없습니다. 그래도 제 말을 믿어 주겠습니까?"라고 말한다. 윤 PD는 제보자를 믿고 진실을 파헤치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여론과 어론의 거센 비판을 받는다.

영화 '제보자'는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픽션 영화다.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고 배우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등이 출연했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국민적인 영웅인 이 박사와의 싸움은 생각보다 힘겹다. 동료뿐만 아니라 회사 간부까지 취재를 그만두라고 압박한다. 이 박사 뒤에는 정부와 거대 언론들이 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폐지 운동을 벌이고 이 박사의 지지자들은 윤 PD를 맹비난한다. 결국 방송이 나가지 못하는 위기에 처하자 윤 PD는 "진실을 말하면 모두 내 편인 줄 알았는데"라며 울분을 토한다.

고뇌하는 윤 PD에게 심 팀장은 "당신은 모든 것을 걸고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나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외친다. 이 대사는 영화가 내포하는 메시지다. 오로지 진실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한 젊은이의 모습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줄기세포 스캔들이라는 다소 복잡한 사건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113분이라는 긴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사건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 영화 중반부에는 심장이 쫄깃해진다. 임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도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다.

임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에 출연한 바 있는 박해일은 훌륭한 연기력으로 집념 있는 언론인을 표현했다. 윤 PD역으로 박해일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는 임 감독의 믿음이 고스란히 증명됐다.

'군도' '해적' 등에 출연한 배우 이경영 또한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심 팀장 역을 맡은 유연석의 연기도 무난하다.

시나리오, 연출, 연기력 등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괜찮은 영화다. 다만 관객들을 휘어잡을 만한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한 건 아쉽다.

임 감독은 황우석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부조리가 판치는 한국 사회 전체의 탓이라는 얘기다.

"모두가 원치 않는 진실은 숨겨져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이제 관객들의 몫이다.

10월 2일 개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3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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