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크리스마스...공공장소에서 캐럴을 허하라
<김헌식의 문화 꼬기>성탄절 하루만이라도 저작권 유보하면 안될까
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세월호 등 좋지 않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분을 내고 싶기보다는 잊고 싶은 한 해라는 말도 있다. 경제적 상황이 나쁜 것도 한 몫 한다고 한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우리 사회에서 가셔버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지 우리는 능히 짐작하고 있다.
여기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말한다.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음악이다. 특히, 크리스마스에는 캐럴 등의 노래가 거리와 광장, 공간에 널리 울려 퍼져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크리스마스 캐럴은 사라졌다. 이렇게 캐럴이 사라진 이유는 그것이 CD나 카세트테이프 문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디지털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제 거리에서 이런 CD나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또한 스마트 환경이 되면서 더욱 개개인들의 음악적 취향에 맞게 제작 유통되고 있다. 언제라도 이런 음악을 소유하고 가능한 환경은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캐럴 등의 음악을 혼자 들으면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노래들은 거리나 광장에서 울려퍼져야 한다. 즉, 공공의 공간에서 공유되어야 하며, 사적인 공간에 갇혀 있을수록 크리스마스 기분과는 배치된다.
그렇다면, 거리와 광장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왜 캐롤은 사라진 것일까. 물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 공간에서 캐럴을 들려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예전에는 그런 면들이 너무 허술하게 방치되면서, 창작자나 실연자들이 피해를 보는 면이 컸지만, 특정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 몫 단단히 했다. 이제는 실내 매장에서도 돈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언제 어떻게 저작권 문제로 고통받을 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고 불안해졌다. 저작권 의식이 높아진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적으로 척박해진 측면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나눔의 공동체 정신을 실현해야할 성탄절에 캐럴마저 자유롭게 공유될 수 없는 면이 강해진 것이다. 그것은 저작권의 강화가 낳은 역설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작권은 개개인의 창조적 자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주지만, 결국 그 보장은 사회적 분위기의 공유에 역설적인 영향을 낳기도 했다. 오히려, 중국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공간적 환경에서 일어나는 측면이 있다. 저작권법의 발달과 배치되는 문화적 풍경이다. 문화적인 풍경이 풍성해지려면, 역설적으로 공유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점이 증명되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중국도 그런 분위기 퇴색될 것이다. 개인화, 소유화되는 문화가 매우 바람직할 수 있을 듯하지만, 전체적으로 파이를 줄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캐럴이 마음껏 울리지 않는 성탄절은 결국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저하시키고 전체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진작시키지 못하고 만다. 특히 소외 지역과 주체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키지 못하고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할 수 있다. 분위기란 단순히 일시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가치의 확장성을 함께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성탄절만큼은 캐럴이 저작권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공유되어야 더 큰 경제적 사회적 가치와 정책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