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봉미통남' 분위기 '슬슬' 뜨자 '살살' 주문하는 미국?


입력 2015.01.06 14:32 수정 2015.01.06 14:58        김소정 기자

남북대화 무드 익는 시점 미국의 북한 금융제재 영향력 주목

남북대화 무드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한 것을 두고 이전 북한의 외교 전략으로 불리던 '통미봉남'과 비교해 '봉미통남'으로 불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한에 대해 대화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과 관련해 추가 금융제재 조치를 내렸다. 남북대화 무드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대화에 나설 우리 정부에 대해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찰총국과 무기를 판매하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국방 연구를 담당하는 단군무역회사에 대한 금융제재 조치를 받은 북한은 즉각 반발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닷새째 대남 비방을 중단하고 있다. 1일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매체에서 대남 비방 기사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이번 제재는 북한 정부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한 첫 번째 조치”라고 밝히면서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이어갈지 한미 공조를 택할지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제재조치 행정명령이 나온 지난 2일(현지시각)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이 논평에서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이 금번 소니사 해킹 건을 포함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치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한 것을 놓고 정부가 ‘지지’대신 ‘평가’라는 표현을 쓴 것이 이례적이라는 해석도 나와 있다.

북한이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최고위급 회담”을 언급한 것은 3차 핵실험 이후 중국과 관계가 풀리지 않는 데다 최근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압박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로 돌파구를 마련해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즉 북한의 대표 전략인 ‘통미봉남’ 대신 ‘통남봉미’ 전략으로 미국을 자극하고, 동시에 좀처럼 풀리지 않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남북대화를 선행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정부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 가능”으로 화답한 만큼 북한이 반응할 순서이다. 북한이 구체적인 남북대화를 제시할 시기는 이달 12일 전후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로 예상된다.

이번에 북한은 남북회담을 자신들이 주도하기 쉬운 방식으로 수정해 역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 우리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 차원의 대화를 제의한 것을 무산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화와 의제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 신년사에 최고위급 회담이 언급됐지만 그동안 남북 간에 이를 위한 여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오히려 지난 2월 이후 중단된 최고위급 접촉으로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도 이번에 남북 간 대화가 열리면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회담에서 우선적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려고 한다”며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뿐 아니라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등을 북측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남북대화 의제와 관련해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설 계기로 여는 1회성 이산가족상봉 행사 차원을 넘어서 이참에 남북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과 서신 왕래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많은 만큼 회담에 나서기 전 대화 테이블에 올릴 협상 대상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북 측에 양보할 수 있는 의제로 5.24조치 해제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의 경우 2008년 금강산을 관광 중이던 우리 국민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이후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제재 결의안에 따라 더욱 강화된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안의 벌크 캐시(대량 현금) 조항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한 해석에 따라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벌크 캐시 조항이란 북한이 대량 살상무기(WMD)의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다량의 현금을 북한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유엔은 북한의 광명성호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 2013년 1월과 3월에 각각 대북제재 결의 2087호와 2094호를 통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다른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프로그램·활동 또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반하는 제반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대량의 현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여타자산·재원의 대북 이전을 금지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에도 외교부와 통일부는 이 문제에 대해 미묘한 입장치를 보여 주목받은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안보리의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까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어렵다”고 말한 반면, 외교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는 유엔과 무관하다. 중요한 것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의지가 있느냐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있고,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금강산 관광도 정상적인 남북 간 경협으로 해석한다면 유엔이 반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 가능한 만큼 새해 초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남북회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소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