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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이 우편향이라고? 일베도 오유도 '눈물바다'


입력 2015.01.06 14:10 수정 2015.01.06 14:34        하윤아 기자

진보 '오유'도 "왜 논란인지 이해 안돼" 글

평론가들 "한쪽면만 부각해 재단하는건 위험"

영화 '국제시장' 캐릭터 관계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 일부 진보 성향 인사들이 이념성을 거론, 논란이 증폭됐지만 현재 좌우의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념과 관계없이 국제시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의 몇몇 장면과 내용이 보수적 이념성을 띠고 있다는 주장과 달리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부터 산업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기를 지난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에 감동을 느꼈다는 평가다.

영화를 둘러싼 이념 논쟁은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의 SNS 글로 촉발됐다. 허 씨는 지난달 26일 트위터를 통해 “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 세대에 대한 문제가 다뤄져야 할 시점에 ‘국제시장’의 등장은 반동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얼마나 괴물 같은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지. 일종의 선동영화로 기능하고 있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에 앞서 24일 ‘진중권 허지웅 정유민의 2014 욕 나오는 사건사고 총정리’라는 제목의 한겨레신문 좌담 기사에는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 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근데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거든요.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예요.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라는 허 씨의 발언이 실려 한 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제시장’ 아직 안 봤는데, 그거 보고 비판하면 부모 은공도 모르는 XXX 자식에 박통의 은공을 모르는 좌익 빨갱이 XX가 되는 건가요? 겁나서 보지 말아야겠네...”라며 영화를 둘러싼 이념 논쟁에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커뮤티니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와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이하 일베)에서는 정작 이념을 떠나 영화 자체의 내용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내놓으며 대체적으로 호평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는 일베 회원 닉네임 ‘답******’은 “태어나서 영화보고 아버지 우시는 건 처음 봤다. 아버지 우시는 거 보고 (나도) 눈물 뚝 터져 나오더라. 아버지나 나나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다”면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적 사실, 산업화 세대, 6·25 전후세대의 그 아픈 시절 겪은 것을 한번 생각해보자는 이 영화에 대해 평론가들이 왜 그리도 비아냥대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념논쟁이 불거지는 상황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일베 닉네임 ‘다****’는 영화 관람 후기를 적은 게시물을 통해 “영화가 최대한 이념대립으로 가려는 것을 자제하는 노력이 보인다”며 “산업화 세대를 미화하는 영화가 아니라 40~50년 생들을 근처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한국의 영욕을 보여준다고 봐야한다. 동시에 과거 세대의 노고를 쉽게 잊고 사는 교만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메시지도 있다”고 평했다.

또 다른 일베 닉네임 ‘노*****’은 “무엇보다 현실적이어서 슬픈 영화였다. 어떻게 이게 우파영화인지”라며 국제시장 영화가 보수적 정치색을 띠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오히려 진보색이 짙은 오유의 회원 대다수가 국제시장을 둘러싼 이념 논쟁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경향을 보였다.

오유 회원인 닉네임 ‘앳***’은 “개인적으로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며 “이 영화가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닉네임 ‘김*****’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아닌 영화다”라며 “이렇게나 욕먹어야 될 작품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밖에 닉네임 ‘s*****’은 “조금 어르신들 손 들어줬다고 무조건 정치적이다 보수적이다 이런 걸로 영화를 씌워 버리나”라며 “어르신들 고생했던 시절은 사실이고 조금이나마 그분들 위로 해드리면 그렇게 불편합니까”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 닉네임 ‘에***’은 “전 전혀 정치색 입힌 영화로 보이지 않더라. 영화 상영시간 내내 웃고 즐기고 가끔 눈시울 적시며 아버지 세대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며 “뭐든 색칠하려면 끝이 없을 텐데 참 이런 것은 편협해 보인다”고 영화 내용을 의도적으로 이념화하고 있는 상황에 쓴 소리를 날렸다.

닉네임 ‘피******’은 “물론 영화 전반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이 소위 보수로 불리는 세력들이 주로 자긍심을 갖고 내세우는 가치들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런데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것이 아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의 구술일 뿐 이 영화에는 잘못이 없다”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영화 ‘국제시장’은 적절하게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있어 해석에 따라 좌파영화도, 우파영화도 될 수 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관객들이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평가하고 있는지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그 외의 이야기들이 덧붙여지거나 해석이 돼야 하는 것이지 한쪽 면만 부각해서 ‘이 영화는 이렇다’라고 재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다양한 의견이나 해석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은 외면하고 부가적인 것이 마치 본질인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영화를 두고 불거진 이념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 특정 시대에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한 개인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정치적 혹은 역사적인 맥락이나 사실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국제시장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발언과 관련, “최근 나름대로 미디어영향력이 있는 논객들이 굉장히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다 보니 관객들 사이에서 집단 반발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영화 평론을 할 때, 현대사와 관련한 영화가 나오면 반드시 배경을 짚어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하나의 바람일 뿐이지 극단적인 평가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다양성 차원에서 문제제기가 된 것이 아니라 전적인 평가 기준에서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형태의 해석이 되다보니 오히려 (관객들의) 반감이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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