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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불길' 맨발로 뛰어내리고 이불 로프 '필사 탈출'


입력 2015.01.10 18:21 수정 2015.01.10 22:50        김해원 기자

<현장>좁은 도로 소방차 접근 어려워, 안전장치 작동안해

비번임에도 근무한 살신성인 새내기 소방관들 '서민 영웅'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부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폭발과 바람으로 인해 '아비규환'을 방불케했다. 스프링클러 등 안전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진입로가 좁고 건물 뒷 편이 지하철 철로여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1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전 9시 27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난 불로 주민 한모(26·여)씨 등 3명이 숨졌다. 또 주민 101명이 연기를 마시고 인근 병원에 입원해 있고, 이 가운데 7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이날 소방차는 인근 도로 사정으로 빠르게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일부 주민들은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하자 유독가스를 피하려 이불로 로프를 만들어 탈출 했고 벽을 타고 고층에서 뛰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팔과 엉덩이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은 "소방차가 길이 좁아 현장까지 못 들어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유독가스로 가득 찬 복도에서 우왕좌왕 하거나 옥상에서 수건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들도 목격됐다. 2층 이하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등 긴박한 상황이었다.

불은 바람이 강해 외벽을 타고 10~15분만에 상층부로 번졌다. 또 원룸 등 인근 드림타운과 해뜨는 마을 등 각각 10층과 15층짜리 건물 2동으로도 삽시간에 번졌다.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는 원룸 구조로 주말을 맞아 오전 시간에 잠을 자던 주민이 많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 방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불은 대봉그린아파트 1층 우편함 근처에서 시작됐다. 주민 정모 씨(46)는 "1층에서 펑 소리가 나더니 불길이 일었다"며 "20분 만에 불이 옆 건물로 옮겨붙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소방당국은 방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불이 난 원인을 찾고 있다.

주민들 대부분은 화재 경보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윤모 씨(35)는 "집에서 자가다 현관으로 연기가 들어와 불이 난 줄 알았다"면서 "화재 경보는 물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석원 의정부 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연기가 갑작스럽게 확산되면서 피해를 키웠다"며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작동됐는지 여부에 대해서 CC(폐쇄회로)TV 등을 확보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살신성인으로 주민들을 구한 소방, 경찰관계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그린아파트 8층에 사는 진옥진(34) 새내기 소방관은 '비번' 근무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을 신속하게 옥상으로 대피시켜 더 큰 참사를 막았다. 자신 홀로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주민 13명을 구조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

진 소방관은 아래층에서 불이 번지고 있다는 판단에, 절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며 주민들을 옥상으로 유도했다. 그는 옥상에 올라간 주민들이 삽시간에 피어오르는 연기 탓에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자 옆 동 옥상으로 주민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판자를 대는 기지를 발휘했다.

구조작업에 동원된 경찰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1명은 눈이 보이지 않는 등 중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소속 이모(35) 순경은 구조작업을 위해 건물에 들어갔다가 갑작스럽게 연기가 덮쳐 4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 순경의 말에 따라 의정부에 있는 병원에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하고 있다. 이 순경은 오른 쪽 눈 부위에 골절상과 화상을 입었다.

10기동대 순경 임모(36) 순경도 구조작업을 벌이다 연기를 흡입하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부상자들은 의정부와 서울 북부지역 병원들에 분산돼 치료받고 있으며 경상자 일부는 치료후 귀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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