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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걱정하는 젊은 그들이 있어 대한민국은 밝다


입력 2015.03.14 08:32 수정 2015.03.14 08:49        데스크 (desk@dailian.co.kr)

<굿소사이어티 서평>한국사교과서 왜곡 바로 잡은 책을 펴낸 대학생들

미래를여는청년포럼, 시사교양지 바이트, 북한인권학생연대 등 3개 단체가 연합해 펴낸 '한국사교과서 속 북한! 청년들이 다시 쓰다'.
지난 여름에 나왔던 이 책을 뒤늦게 입수했다. 이 귀한 걸 전해준 분은 역사학자 정경희 교수(전 탐라대)인데, 그는 2년 전 저술 '한국사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편향 과정 분석'(비봉출판사)의 저자다. 반(反)대한민국-친북 성향으로 도배된 현행 한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그만큼 분석해낸 학자도 없다는 걸 우리는 익히 안다.

그런 정 교수가 건네 준 이 소책자를 훑어보며 놀랐던 건 두 가지다. 현행 한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북한현대사가 이토록 지독하고 철두철미 왜곡돼 있다는 걸 재확인하며 아찔했다. 좌편향 한국사교과서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역사적 팩트는 물론 용어구사에서 교묘한 서술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뒤틀려있다. 그래서 현행 교과서는 교실 안의 시한폭탄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절감했다.

좌편향된 교육현실을 학생들이 걱정하다니

좌파 사관에서 가장 자유롭고, 헌법정신에도 딱 맞는 교과서로 우파의 지지를 받았던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8종의 교과서가 모두 이 모양이다. 이 따위 교과서를 전국 2000여개 고교가 채택하고 있는 게 우리현실인데, 걱정과 우려는 잠시 접자. 이 책이 있지 않은가! 필자가 놀랐던 두 번째 이유가 그 점이다.

이 책은 그런 황당한 서술을 ‘건국과 분단의 오묘한 순간’, ‘소유권 없는 무상분배’에서‘독재정권이 짓밟는 인권’등 8개 항목으로 나눠 조목조목 뒤집어 놓고 있다. 이 책을 우리시대 청년들이 직접 제작했다는 게 신선하고도 고맙다. 즉 왜곡된 논리와 팩트를 조목조목 정면에서 뒤집어놓은 채 한 지면 안에서 나란히 확인하도록 편집한 게 '한국사교과서 속 북한! 청년들이 다시 쓰다'다.

미래를여는청년포럼, 시사교양지 바이트, 북한인권학생연대 등 3개 단체가 연합해 한국사교과서 청년분석단을 만들어 이 소책자를 썼다. 책 앞에 얼굴 사진과 함께 공동저자로 등장한 학생은 14명이다. 김수현(고려대 북한학과 3학년), 김대영(서강대 경제학과1학년), 윤지선(경희대 사학과 1학년) 등이 자랑스럽고 대견한 주인공들인데, 이름 옆에 소감 한 마디씩을 하고 있는데, 한 곳에서 뜨끔했다.

“저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북한을 알게 되었고요.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경민희)

교과서에서부터 전교조 교사에 이르기까지 좌편향된 한국의 교육현실은 이제 학생들이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부끄럽고 안타깝게도 그게 우리의 현실인데, 이 책 공저자들의 접근방식은 보편적 진리와 정의의 잣대로 북한을 보는 것이다. 머리말에서 천명한대로 친북-반대한민국이라는 황당한 잣대를 거둬들인 것인데, 그러고 보니 현행 교과서의 북한 관련 서술이 얼마나 괴이쩍은가가 드러난다.

“이에(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의 해체에) 북한은 주체사상에 토대를 둔 ‘우리 식 사회주의’를 강조하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근본적인 힘으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내세웠다. 이는 세계정세 변화에 따라 일어날지 모를 사회적 동요를 막고, 북한 내부의 단합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른바 '우리민족끼리'의 병든 논리

8종의 한국사교과서의 하나가 이 지경이다. 북한당국이 자기의 입장에서 대외 선전용으로 쓴 문건이 아닐까 싶다. 서술의 톤이 노골적으로 친북인데다가 저들을 편들기 위해 썼다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민족주의 정서를 연결고리로 한 친북 정서인 이른바 우리민족끼리의 병든 논리가 기도 차지 않는다. 그럼 이 책은 이 대목을 어떻게 바로 잡고 있는가.

“북한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3대에 걸친 독재사회다. 북한을 민주주의와 대립되는 독재사회로 규정하지 않고 (‘우리 식 사회주의’나 ‘조선민족제일주의’식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또는 북한정권의 선전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자칫 북한을 독특한 사회체제로 인식할 수도 있다.”(18쪽)

절제돼 있으면서도 사안의 핵심에 육박한 지적이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조금 미흡하다는 느낌도 받겠지만, 논쟁적 대응을 피하면서도 할 말은 한 서술이다. 즉 이 책은 차분한 톤이 특징이다. 해방 직후 북한 토지개혁에 대한 교과서의 잘못된 서술을 바로 잡는 대목도 그러하다. 현행 교과서는 이런 식으로 왜곡 서술돼 있다.

“북한 임시인민위원회는 1946년 3월 일본인과 친일파 소유지, 지주 소유토지들을 몰수하여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방식으로 토지개혁을 실시하였다. 토지개혁은 사회주의 세력이 북한 주민의 지지를 얻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남한에서 농지개혁이 실시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도 안 차는 서술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의 서술이라면 완전 노골적인 친북 교과서가 아닐 수 없는데, 북한의 토지개혁이 선구적이며, 한국사회의 후속개혁에 영향을 줬다는 식이다. 그건 다른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즉 대한민국의 토지개혁이 유상몰수 유상분배라면서 은근히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서점 유통이 안 되는 귀한 단행본

외려 그 반대라는 게 '한국사교과서 속 북한! 청년들이 다시 쓰다'의 입장이다. 즉 “북한의 토지개혁은 소유권을 주지 않은 채 경작권만을 부여한 제한적 정책”이라는 걸 정확하게 지적했다. 반면 우리의 토지개혁이 시장경제와 법치주의에 따라 진행됐고, 때문에 해방 이후 사회안정과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핵심 장치였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결국 이 소책자는 학계와 교육계의 좌편향 구조를 방치해온 현 정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고발이다. 고발을 넘어 대안제시까지 하고 있고, 더욱이 그런 작업을 젊은 대학생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는 게 의미가 있다. 책의 만듦새가 좀 부실하고, 본문편집 역시 요령부득인 게 사실이지만, 굳이 흠이라고 들춰내고 싶지 않다. 오탈자가 눈에 뜨이는 게 좀 걸리는데, 이건 다음에 재판을 찍을 때 바로 잡으면 되지 않을까?

잘 보니 책 뒤에 정가가 쓰여있지 않다. 안타깝다. 서점 유통이 안 된다는 증거이고, 회원이나 지인까지 돌려보는 단행본으로 추정된다. 그것 때문에 이 책을 보려는 이들이 손쉽게 구하기 힘들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을 구입하려는 이는 미래를여는청년포럼(070-7865-1682)이나 시사교양지 ‘바이트’(02-338-5013), 북한인권학생연대(02-3143-3511)로 연락하면 된다.

참고로 미래를여는청년포럼은 안전행정부가 인가한 청년NGO로 ‘청년이 기여하는 사회문화’의 구축을 기치를 걸고 있다. ‘바이트’는 대학생과 청년들이 제작하는 잡지로 시장경제, 북한인권개선과 민주화등을 주로 다룬다. 북한인권연대 역시 북한인권개선과 민주화를 모토로 한 청년NGO. 대학생 북한전문가 아카데미 운영 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요즘 20대들, 이념에 오염된 그 이전 세대와는 좀 다르다. 그 점 희망인데, <한국사교과서 속 북한! 청년들이 다시 쓰다>는 이걸 확인할 수 있어 듬직하다.

글/조우석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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