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창 바꾸기 귀찮아 실탄 10발 지급, 피해 키웠다
관심병사에 실탄 지급, 통제요원 부족 등 문제점 지적
국방부 부랴부랴 예비군 훈련장 실탄지급 실태·안전 조치 파악 중
13일 서울 내곡동 예비군 동원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갖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이 예비군 훈련장의 실탄 지급 실태와 안전 조치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허술하게 다뤘다는 지적이다.
이날 육군이 발표한 잠정 조사결과에 따르면, 총기를 난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 씨(23)는 10발이 든 탄창을 K-2 소총에 끼우고 1발을 영점사격한 뒤 옆에 있던 예비군을 향해 총 7발을 난사했다.
그러나 일부 국방 전문가와 군 관계자는 통상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영점사격 때 실탄 3발을 지급하고 측정사격 때 실탄 3발이 든 탄창 2개를 지급하거나 6발이 든 탄창 1개를 지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점사격 때 3발을 쏘고 탄창을 바꿔 끼우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발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번 총기 난사가 벌어진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한번에 10발이 든 탄창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해당 부대의 실탄 지급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훈련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실탄을 한꺼번에 지급했다는 것이다.
특히 총기 난사 당시 탄창에 시란이 3발만 들어있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다만, 실탄 지급 방식은 현장 지휘관의 통제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어 예비군 훈련장의 실탄 지급 방식에 대한 획일적인 지침과 치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군 당국이 현역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최 씨에 대해 특별관리를 하지 않고 아무런 대책 없이 일반 병사와 똑같이 실탄을 지급하고 사격훈련을 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씨는 관심병사로 분류돼 부대를 여러 차례 옮긴 바 있으며, 병적기록상에도 우울증 치료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돌발행동을 벌일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군 당국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결국 끔찍한 사고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예비군의 실탄사격을 통제하는 안전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총 20개의 사로가 있고 이날 20개 사로를 모두 사용했다. 이에 따라 각 사로마다 1명씩 사격통제 요원이 필요하지만, 이날 사고 당시에는 현역병 6명만이 사로를 통제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사고에 대한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날 사격훈련이 행해질 당시 20개 사로(사격구역)의 맨 좌측에 있던 최 씨는 사격개시 신호 직후 자신의 오른쪽 2, 3, 4, 5사로에 있던 예비군을 향해 소총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최 씨가 있던 사로에 사격통제 요원이 있었다면, 그가 옆 예비군에게 총을 쏘기 전 즉각적으로 행동을 제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방부와 육군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한편, 전 예비군 훈련장을 대상으로 실탄 지급 방식과 안전 조치에 대해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방부 관계자는 “예비군 훈련 관리부대 지휘관에게 훈련장 위해 요소가 없는지 현장에서 즉각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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