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안끝난다...드라마 시청률이 상승했다...
<김헌식의 문화 꼬기>과학과 경제와 문화는 함께 가는 문제
드라마 시청률이 상승했다. 이를 두고 각 방송사들은 홍보자료를 내면서 마케팅 효과를 강화하려고 한다. 좋은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상승한 특징이 있다. 왜 그럴까. 그 원인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로 메르스 여파라고 할 수 있다. 대외적인 활동과 모임을 자제하거나 실내주거공간으로 일찍 귀가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회식도 많이 억제되고 있으며 주말에도 꼭 필요한 가족 행사가 아니고는 야외나들이를 삼가고 있다. 실내 공간에서 이뤄지는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는 광고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말것이다. 메르스는 방송만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의 이용강화도 낳고 있다.
메르스가 쇼핑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온라인 몰로 사람들을 몰아갔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대형유통업체들은 울상이 된지 오래이다. 일반 생활 용품은 물론 도시락이나 간식에서도 배달업이 선호되었다. 이 과정에서 앱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많아졌다. 영화관에는 상대적으로 발길이 줄고, 온라인 영화들이 화제에 올랐다. 이와중에 예전에 개봉했던 영화들이 인터넷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감기', '인테이젼', '아웃브레이크'가 대표적이다.
물론 그 영화들은 바이러스를 다루고 있지만 메르스에 적확하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영화는 극적인 흥미와 몰입을 위해 상황을 매우 극단화 하기 때문에 오히려 편견을 조장한다. 예컨대, 바이러스가 현실에서는 급격하게 확산되는 것보다는 이슬에 슬그머니 전염되는 현상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론에도 고도의 감동은 대개 없는 법이다. 그런 감동을 원할수록 만들어진 영웅이나 미담의 조작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은 비슷한 유형의 영화에 주목하게 하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경제적인 고통이다. 지금도 메르스 여파때문에 생계문제에 시달리는 국민들이나 시민들이 너무 많다. 뜻하지 않게 마스크나 체온계, 열감지기, 세정제 등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은 적기 때문이다. 면역력을 스스로 높이려는 차원에서 건강 식품을 찾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지만,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요원하다. 여행, 레저, 숙박, 야외놀이공간, 영화, 공연은 물론이고 각종 다양한 박물관이나 전시관의 어려움이 크다.
특히 한국의 공연단체는 대부분 민간업자들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다. 관광 지역에서는 대부분 영세업이 타격을 크게 입는다. 무엇보다 메르스에 관해 자진 신고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던 것은 생계문제 때문에 쉴 수 없어 혼자 감내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식이나 관념의 문제가 아니라 절실의 현실의 먹고사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일정한 지원이나 보상 기준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수동적이거나 은폐적인 행태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글로벌 시대에서 전염병 확산은 이제 정말 먼나라 남의 일이 아니다. 이 때마다 경제적 타격을 입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능동적인 대응과 바이러스 타격을 위해 효과적일 것이다. 경제적인 인센티브 이전에 적어도 생업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거나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마련하는 기준의 확립은 의학적인 노력을 통한 퇴치보다도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나을 수 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한 내수 시장은 얼어붙고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더해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유이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다고 해서 욕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살핀 것처럼 실내 공간에서 그 욕망을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것을 경제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선순환될 수 있게 연결시켜주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경제와 문화, 의학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이 가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화되어야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국가의 정책적 노력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