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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아리랑' 왜 뮤지컬로 불러냈을까


입력 2015.07.17 11:50 수정 2015.07.17 12:22        이한철 기자

과거 아픔 통해 미래로 나아갈 희망 제시

고선웅 "아픔·갈등·편견 한꺼번에 없애줄 것"

뮤지컬 '아리랑'이 LG 아트센터에서 프레스콜을 갖고 하이라이트 장면을 공개했다. ⓒ 데일리안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이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47)에 의해 뮤지컬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이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가 2007년 '댄싱 섀도우'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대형 창작뮤지컬로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공연돼 더욱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은 건 12권에 달하는 장편소설을 어떻게 2시간 40분의 콤팩트한 작품으로 만들어내느냐다. 이미 연극 '푸르른 날에', '칼로막베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의 각색과 연출로 명성을 떨친 고선웅 연출이지만, 1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은 큰 부담이었다.

뮤지컬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가장 뼈아픈 과거를 현재 속으로 끌어낸다. ⓒ 데일리안

16일 서울 역삼동 LG 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 참석한 고선웅 연출은 "가장 힘들었던 건 부담을 내려놓는 것이었다"며 "작품에 충실하려고 할수록 늪에 빠지는 것 같았다. 부담을 내려놓고 소신을 갖고 밀고 가는 것, 용기를 갖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는 우리 선조들이 지켜내고 뿌린 씨앗임을, 또 슬픔을 딛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 ‘아리랑’을 무대로 불러내야 한다고 믿었다.

몇 번이고 고쳐 쓰길 반복한 고선웅 연출은 결국 소설 속 아픔의 역사를 감골댁 가족사 중심으로 과감히 재편했다. 무대와 음악은 우리의 정서를 담아내되 동시대 사람들이 격조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뒀다. 고선웅 연출은 "LED 영상과 무대 바닥 장치를 활용해 무대는 깔끔하게, 음악은 클래식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산 자와 죽은 자, 한국인과 일본군이 뒤섞여 꾸미는 2막 '진도 아리랑' 장면이다.

고선웅 연출은 "그것이 '아리랑'이 보여주고자 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며 "'아리랑'은 모든 갈등, 슬픔, 편견 등 잘못된 것들을 한꺼번에 믹서기로 갈 듯이 싹 없애버린다. 아리랑을 통해 민초들은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쉽게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와 일본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일부 장면에선 관객들이 배우들의 대사를 알아듣지 못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표준말을 써서 모든 사람들이 알아듣도록 하는 것이 바른 선택인가 궁금했다"는 고선웅 연출은 "당시 일본군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며 칼로 민초들을 찔렀다. 그런 상황에서 민초들이 겪었을 고통, 공포를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며 의도된 연출임을 강조했다.

뮤지컬 '아리랑'은 동서양의 음악적 장점을 묶어 시종일관 웅장한 사운드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 데일리안

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답게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모였다. 대배우 김성녀가 감골댁으로 출연해 인고의 어머니상을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승화시킨다. 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은 뮤지컬계 대표 배우 서범석과 안재욱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안재욱은 "어느 민족이든 역사가 있다. '아리랑'을 통해 우리가 아픈 과거를 견뎌왔으니까 다시 한 번 가슴 속에 담아 희망을 찾았으면 한다"고 작품의 의의를 전했다.

어지러운 시대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양치성 역은 항상 선한 역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던 해왔던 김우형과 카이가 출연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고난과 유린의 세월을 몸소 감내하는 수국 역은 윤공주와 임혜영, 옥비 역은 국립창극단의 히로인 이소연, 수국의 사랑 득보 역은 이창희와 김병희가 맡았다.

작곡은 '화선 김홍도' '템페스트' 등 대표적인 한국 뮤지컬들과 수많은 국악작품들에서 명성을 얻은 작곡가 김대성이 맡았다. 환란 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던 아리랑의 다양한 변주를 포함한 50여곡의 음악들이 기대를 더한다.

국악인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김성녀는 "오케스트라 선율에 판소리와 민요를 적절히 섞어서 소리가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작곡가 김대성 씨가 우리 선율을 가지고 작곡을 많이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서양 음악과 우리 국악의 틀을 잘 조화시켰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밖에 김현(안무), 박동우(무대), 사이먼 코더(조명), 조상경(의상), 고주원(영상) 등 국내 최고의 스태프가 힘을 보탰다. 특히 영화 '군도', '상의원' 등의 의상을 담당했던 영화계의 독보적인 의상디자이너 조상경의 무대 진출이 눈길을 끈다. 9월 5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상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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