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근 일병 사망사건...대법 "자살·타살 단정 어렵다"
31년 전 군 부실수사에 대하 책임만 인정...또 다시 의문사로
1980년대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0일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수사기관의 부실조사로 지난 31년간 고통받은 유족들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허 일병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은 1984년 4월 2일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은 자살로 발표했으나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이 타살됐으며, 군 간부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군은 재조사를 거쳐 의문사위 조사 결과가 날조됐다고 주장했으나, 2기 의문사위원회도 다시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놔 공방이 이어졌다.
2010년 1심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된 것으로 판단, 국가가 유족에게 9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013년 8월 2심 재판부는 자살 취지로 결론을 뒤집어 국가에 대해 부실 조사에 대한 책임만 인정, 배상액을 3억원으로 낮췄다.
이날 대법원은 허 일병의 사인을 자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 결과적으로 부실조사에 대한 책임만 일부 인정됐다.
대법원은 "허 일병이 다른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가 자살했다고 단정해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헌병대가 군수사기관으로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허 일병의 사망이 타살인지 자살인지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됐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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