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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별세'에서 가장 핫한 뉴스는 '그녀의 그림값'?


입력 2015.10.23 09:13 수정 2015.10.26 10:36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거물 화가 그림값의 씁쓸한 단상

천경자 화백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러 보도 내용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에는 그림 가격에 관한 것이 상당한 비중으로 인터넷 포털을 장식했다. 사망 소식 때문에 그림 가격이 얼마나 올라가겠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작가가 사망할 경우, 그림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보통의 통념에 기댄 내용이었다. 그런 통념이 가능한 이유는 현존하는 작가보다 그렇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그림값면에서 높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주객이 전도된 일이다. 작품의 특징이나 차별적인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값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자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부정한 희대의 위작 사건은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다.

위작 사건은 그림을 그 자체로 평가해야 하는데 다른 어떤 잣대로 평가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신의 작품도 알아보지 못하는 작가로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진품이냐 가짜냐의 싸움에서 전문가들조차 작가의 작품 세계보다는 그 테크닉 차원의 판별에 갇혀 버렸다.

위조범이 나온 상황에서 창작자 말은 믿지 않고 국립현대미술관 등 관련 국가기관들도 진품이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위작일 경우, 큰돈을 위작 구입에 헛되게 썼다는 사실이 확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림값이 만들어낸 역설적인 현상이었다. 물론 그림 값을 정하는 것은 작가의 의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최근 한국 단색화의 대표작가 이우환 화백의 위작혐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위작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단색화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이후 ‘한국판 모노크롬(단색으로 그린 그림)’으로 불리는 단색화는 저평가돼 있다가 최근 몇 년동안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어왔다. 올해 들어 다섯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는 말도 있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도 가격이 폭등했다. 1976년에 발표한 ‘선으로부터’는 2014년 11월 뉴욕 소더비의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 경매에서 216만5000달러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약 23억7000만원에 팔렸다.

뉴욕 시장에서 국내 작가 작품으로는 최고가에 팔린 사례가 되었다. 10억원 이상의 작가는 이우환 화백이 유일했지만 단색화 열풍에 힘입어 정상화의 단색화 ‘무제’는 11억4200만원에 팔렸다. 지난 5일 홍콩 경매에서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47억 2100만원에 팔렸다. 박서보 화백의 작품은 9년새 작품 값이 20배 정도 급등했다.

경매현장에서 단색화는 낙찰율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단색화 부문만 낙찰총액이 천억원대 이상이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단색화가 상종가를 달리면서 단지 단색화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높은 가격에 책정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다시금 일어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몇몇 작가의 작품이 주도하며 터무니없는 그림 가격이 형성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것.

더구나 서양의 모노크롬과 특별하게 차이 없다는 견해도 내비친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그림이 팔리고 가격이 올라간다는 입장이다.

단색화 열풍이 미술계를 휩쓸고 있는 듯 보이지만, 컬렉터들이 다양화되지 못한 문제는 여전하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들만의 리그일 때 그것은 일부러 거품을 만들어내는 측면을 의구심의 눈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럴 때 그림에 대한 신화는 정작 그림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림을 창작하는 화가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면은 이미 천경자 위작 사례에서 드러난 바가 있다. 그림을 그림 자체로 원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만들어 가야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며, 이는 그림을 하나의 투기라고 생각하는 인식들이 아트테크로 위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생각이 앞선다면 언제든지 주객전도의 그림평가에 누구라도 휘둘릴 수 있으며 위작의 대량 유통의 피해도 이에서 비롯할 것이다.

그림값이 올라가고 그것을 선점하는데 동참하기 보다는 거품을 빼고 안정화에 좀 더 몰입을 할 필요가 있다. 미술시장의 흥청거리는 현상에 본질이 무엇인지 집중하는 것이 창작자나 그림을 감상하고 향유하는 이들을 위하는 길임은 분명하다.

정작 단색화가들로 불리는 이들이 단색화만 그린 이들인지 그렇게 획일적으로 규정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작품을 온전히 보지 못하게 만드는 미술 시장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게 만드는 것은 대형화랑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버블을 만들고, 심지어 자산화하는 과정에서 획일적인 규정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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