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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언론에 코 박기' 김정은은 지금 '언플중'?


입력 2015.12.02 08:47 수정 2015.12.02 09:07        목용재 기자

전문가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김정일 때보다 예민하게 반응"

남북관계 '신속 보도', 남한 언론보도에도 '신속 반박'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차 군사교육일꾼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체제가 남북관계와 관련, 북한 매체 활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동시에 남한의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체제에서 볼 수 없었던 김정은 체제만의 특성이라는 평가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이후 북한은 남북 당국 간 회담 결과에 대해 신속하게 보도를 하거나 남한의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해 신속한 반박 보도·논평 등을 내보내는 등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남한 언론 논조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언론사 조준타격"이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30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집권이후 개최된 개성공단 실무회담, 남북 고위급 접촉, 남북고위당국자 접촉, 남북당국회담 실무접촉 등 굵직한 당국 간 회담 결과를 당일 혹은 그 다음날 신속하게 보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김정은 집권 이후 당국 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 매체들이 당일 아니면 그 다음날 해왔다"면서 "김정일 때는 당국 회담 관련 보도를 잘 안했는데 현재는 꼬박꼬박 당일 아니면 다음날 새벽에 보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열병식을 생중계하는 것도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보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최고존엄의 완벽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사전 검열이후 열병식 등 영상을 녹화중계 했는데, 김정은 체제는 2012년 김일성 사망 100주년 기념 열병식, 당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등에서 생중계를 통해 외부에 북한의 실황을 공개한 바 있다.

남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김정은 체제의 특징이다.

지난 2012년 6월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9일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채널A, KBS, CBS, MBC, SBS방송을 비롯한 언론매체를 동원해 일제히 우리 어린이들의 경축행사를 비난하는 여론공세를 펴고 있으며, 우리의 최고 존엄을 헐뜯는 새로운 악행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언론사 조준타격'을 운운하기도 했다.

"언론사들의 좌표를 확보해놨다"며 언론사들을 "조준타격" 하겠다는 위협은 이례적이었다. 남한 언론 보도에 대해 '무관심'이나 '무대응' 경향이 컸던 김정일 체제와는 두드러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북한은 남북 간 민간교류와 관련해서도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 남한 언론에 의해 노출될 경우 이를 취소하는 등의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만큼 김정은이 남한 언론 보도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남한에서 일어난 사건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남한의 여론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도 두드러진다. 지난 3월 김기종 씨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 당시에도 북한 매체가 사건 발생 후 약 10시간 만에 신속한 보도를 하는 이례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기종은 리퍼트에게 달려들어 남북은 통일돼야 한다. 전쟁을 반대한다고 외치며 그에게 정의의 칼세례를 했다"고 보도했다.

남한 언론사들의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해 신속한 '반박보도'를 내기도 한다. 지난달 28일 한 국내 석간이 '북, 친북단체에 국정화 반대 총궐기 투쟁 지령문'이라는 제하의 보도를 낸지 이틀만인 30일 "황당무계한 모략"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대남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아마도 탈북자들이 모아다 바친 거짓말들을 걷어 모았거나, 아니면 국정원의 비밀지하실에서 음모꾼들이 고안해낸 자료에 소식통의 모자를 씌워놓은 것이 분명하다"고 남한의 보도를 적극 부인했다.

지난해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의 해산결정이 떨어진 다음날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보도를 통해 "(통진당 해산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참혹하게 짓밟은 전대미문의 극악한 대정치테러 사건"이라고 신속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6월말 북한 노동당 기관지 인터넷판 노동신문의 다운로드 파일 형식을 'PDF' 파일에서 'JPG' 형식의 이미지 파일로 일정기간 변경했었던 것도 사진 확대 등을 통한 남한 언론 및 당국의 북한 분석을 사전에 막기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본보에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김정일 때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언론사조준타격' 같이 언론사를 특정한 위협은 김정일 시대에는 없었던 일이다. 한편으로는 언론홍보에 대해 김정일보다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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