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연계 드러났지만 '테러방지법' 없으니...
전문가들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국민 안전 위해서라도 조속히 제정해야"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며 테러단체를 추종한 인도네시아인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입국 전 테러단체로부터 교육을 받은 것은 물론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테러단체의 자금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테러 조직과 연계된 자가 버젓이 국내에서 활동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정작 이러한 위험인물을 처벌할 제도가 마련되지 않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A 씨가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연계단체인 ‘알 누스라 전선’에 깊숙이 가담해 2014년부터 1년여간 총 11차례에 걸쳐 지하드 자금 모집책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2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A 씨가 과거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제마 이슬라미야’의 사상 교육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는 지난 2002년 202명의 사망자를 낳은 발리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테러 관련 혐의로 그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5일 ‘데일리안’에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IS뿐만 아니라 휴전선 너머의 북한도 테러도발을 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은 국가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 법 체계”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파리 테러 이후 전 세계 국가가 테러 관련 입법을 강화시키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아예 법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입국한 인물들이 테러조직과 연관돼 자금을 지원했다고 해도 테러방지법이 없어 처벌할 수가 없다. 국회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호원대 경찰법학부 교수)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제 테러에 가담한 자들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상당히 미흡해 강제 출국을 시킬 수밖에 없어 근본적 문제를 뿌리 뽑기가 힘들다”며 “그런 면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테러방지법의 제정과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가 좌우로 갈라져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테러에서 안전할 수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국민을 보호하는 포괄적 안보의 측면에서 테러방지법은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테러방지 관련 법안은 △통신비밀보호법 △특정금융거래정보법(FIU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대테러기본법 등으로,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 이후 쟁점 법안으로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테러방지법안 대해서는 현재 여야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여야 공방의 핵심은 대테러대응센터 설치 부처와 정보수집권한에 대한 문제다.
대테러대응센터를 어디에 두느냐와 관련해서는 한때 여야 지도부가 국가정보원이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 국민안전처에 두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테러대응센터는 국정원 산하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합의가 번복됐다.
정보수집권한과 관련해서는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당은 국정원에 금융정보분석원을 통한 개인정보 등의 수집 권한을 부여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 국정원에 대한 권한 부여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월 임시국회에서도 테러방지법이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야 모두 테러방지법의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세부적 부분에서 양측이 한 치의 양보를 하지 않고 있어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 선거구 획정 등 산적한 쟁점 법안 처리 문제와 맞물려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쟁점 법안의 일괄 처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쟁점법안 처리에 앞서 선거구 획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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