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출산 경험 은폐 “혼인취소 사유 아니다”
"사실혼과 출산 전력, 혼인 결정 중요한 요소"라는 원심 깨
결혼 이주여성이 한국으로 오기 전에 성폭행당하고 출산한 사실을 숨겼어도, 남편이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대법원 3부는 A 씨(41)가 부인 B 씨(26)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혼인을 취소하고 B 씨는 위자료로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
B 씨는 13세 되던 해에 베트남에서 소수민족인 타이족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고(약탈혼) 임신까지 했으나 약 8개월 만에 친정집으로 돌아와 아들을 낳았다. 이후 남성은 친정으로 찾아와 아들을 데려간 뒤 연락을 끊었다.
남편인 A 씨는 B 씨가 결혼 전부터는 물론, 결혼 이후에도 이 같은 과거를 숨겼다며 혼인 취소와 위자료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법상 ‘사기로 인해 혼인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법원에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이에 1·2심 재판부는 "사실혼과 출산 전력 등은 혼인 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이것을 알리지 않은 것은 사기 결혼으로 취소사유에 해당 된다"며 A 씨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출산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라며 "단순히 출산 경력을 알리지 않았다고 곧바로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의 풍속과 관습이 상이한 국제결혼의 당사자들인 두 사람이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를 충분히 심리해 임신과 출산 여부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이런 심리를 다 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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