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작가 '뿌나'와 '육룡' 연결고리 짙어
인물들간 비교 결과, 비극적 최후 많을 듯
'분이가 도담댁이 아니면 죽을 수도 있다?'
SBS 50부작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도 이제 단 두 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다시 대본을 쓰면서 두 드라마는 연결선상에서 그려지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의 종영이 임박하면서 두 드라마를 잇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이신적
‘뿌리 깊은 나무’에서 ‘육룡이 나르샤’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가장 많이 부각된 인물은 단연 이방지와 무휼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두 인물은 강인한 인상을 남겼지만 주연급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육룡이 나르샤’에선 매우 비중이 높은 인물로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에는 대부분 역사 속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방지와 무휼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만들어 낸 가공인물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가공인물이 있다. 바로 이신적이다. 이신적은 ‘뿌리 깊은 나무’에선 매우 중요한 캐릭터였지만 ‘육룡이 나르샤’에선 그리 비중이 높지 않았다. 화사단의 대방으로 무명인 초영(윤손하 분)과 이방지가 정도전의 함정에 빠지는 대목에서 이신적의 활약상이 그려진 바 있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신적의 역할은 ‘뿌리 깊은 나무’와의 연관성이다. 이신적은 정도전의 사람으로 이후 밀본의 중심이 된다. 안석환이 연기한 이신적은 ‘뿌리 깊은 나무’에서 매우 비중이 크다. ‘육룡이 나르샤’ 48회에선 정도전의 사람이던 이신적이 이방원의 사람이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정말 이방원의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도주 중이던 남은의 명령 내지는 부탁을 받고 그의 시체를 활용해 이방원의 사람이 된 것. 이로 인해 이방원의 마음을 산 이신적은 세종 때에 이르러 좌의정과 의금부 도제조를 겸직하며 실세가 된다. 그렇게 이신적은 밀본을 키워나간다.
‘밀본’이라는 비밀 조직 역시 실화가 아닌 상상의 산물인 만큼 이를 적절히 보여준 가상의 인물이 필요했을 테고 작가는 이신적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조말생
조말생은 실존 인물이다. 그 역시 ‘뿌리 깊은 나무’에서 훨씬 더 비중 있게 쓰인다. 이방원의 두터운 신임으로 심복이 된 조말생은 태종 때 왕의 비서실장과 같은 지신사(도승지)를 역임했으며 세종 때에는 현재 승록대부(종1품 문관의 관등)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조말생은 낙마 사고로 의식을 잃은 이성계를 이방원이 홀로 구하는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렇게 이방원의 사람이 된 조말생은 1차 왕자의 난 당시 가장 큰 걸림돌이던 이방지를 묶어 놓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연희가 목숨을 잃는다. 이 부분은 ‘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등장한다. 조말생은 이방원의 심복이었던 만큼 세종 때에 이르러선 밀본과의 싸움에서도 앞장선다.
◆ 무휼과 이방지
‘뿌리 깊은 나무’에서 무휼과 이방지는 분명 각별한 관계가 아니었다. 조선 제일검인 무휼이 유일하게 패했던 전설적인 고수로 등장한 이방지는 무휼에게 매우 치욕적인 패배를 안긴 것으로만 등장한다.
그런데 ‘육룡이 나르샤’에선 매우 각별한 사이다. 둘 다 출중한 실력의 검객으로 드라마를 통해 그들이 최고의 검객으로 성장하며 서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결국 정도전의 사람인 이방지와 이방원의 사람인 무휼은 결국 1차 왕자의 난을 통해 서로 검을 겨누게 된다. 게다가 무휼은 미처 연희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방지에게 연희를 이용한 유인책을 자신이 생각해낸 것이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이방지는 무휼을 단지 적이 아닌 연희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당사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육룡이 나르샤’ 내내 이어진 우정은 결국 이렇게 끝이 났고 그렇게 틀어진 이들의 관계는 ‘뿌리 깊은 나무’로 이어진다.
◆ 정도광, 그의 외동아들 정기준
‘뿌리 깊은 나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정기준이다. 밀본을 이끄는 정기준은 세종과 거듭된 대립 관계를 이어가고 결국 한글 창제를 두고 정면 승부를 벌인다. 세대가 다른 만큼 ‘육룡이 나르샤’에선 세종과 정기준이 모두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48회에서 정도전이 죽기 직전 남긴 편지가 동생 정도광에게 전달되면서 정기준의 존재감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정기준은 바로 정도광의 외동아들이기 때문이다. 정도전의 뜻이 동생 정도광을 이어 조카인 정기준으로 이어진 셈이다.
◆ 도담댁이 분이일까?
시청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대복은 바로 분이다. 신세경이 연기 하고 있는 캐릭터 분이는 이방원과 ‘다소 모호한 로맨스’(?)를 그려 낼 만큼 이방원과 각별한 관계다. 그리고 정도전과의 가까운 사이다. 이방지의 친 동생인데다 무명의 수장인 간난의 딸이기도 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양한 세력들과 모두 연관을 맺고 있는 인물이다.
기본적으로 분이가 자신의 연통조직과 함께 반촌으로 들어가면서 결국 이방원과 등을 지고 밀본이 될 것이라는 것이 예상됐었다. 그렇지만 48회까지도 분이는 이방원과 등을 진 상황은 아니다. 이방원이 정도전을 죽였음에도 분이는 누구의 편을 들기 전에 반촌 식구들을 챙기는 데 더욱 주력했다.
그렇지만 왕명으로 반촌에 대한 수색이 들어가는 등 분이와 이방원의 관계에도 이상 징후는 포착되고 있다. 더욱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이방지가 정도전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인 간난과 손을 잡았다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방원 역시 무명과의 한 판 승부를 예고했다.
결국 49회와 50회는 이제 무명과 이방원의 대결이 주를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분이 입장에선 어머니와 오빠가 모두 이방원과 맞서게 된 셈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볼 때 무명은 이방원에게 패한다. 그 과정을 거치며 결국 분이도 이방원과 등을 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반촌의 수장으로 나오는 ‘도담댁’이 바로 분이인 것일까. 반촌의 수장이며 밀본인 도담댁은 연령대 역시 분이와 유사하다. 따라서 분이가 도담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렇지만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이방지와 도담댁은 남매 관계로 설정돼 있지 않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분이는 도담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우선 분이가 도담댁일 가능성이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뿌리 깊은 나무’를 쓸 당시에는 거기까지 감안하지 않아 두 사람의 관계가 남매로 설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희 역시 ‘뿌리 깊은 나무’에선 이방지의 첫 사랑이자 정도전의 부인으로 그려지는 데 ‘육룡이 나르샤’에선 이방지의 첫 사랑으로만 등장할 뿐이다. 이렇듯 어느 정도의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도담댁이 갑분이나 척사광일 수도 있다. 둘 다 반촌에 살고 있어 분이가 아니라면 도담댁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도담댁이 엄청난 무술의 고수로 그려지진 않은 만큼 척사광보다는 갑분이가 조금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런 경우 분이가 49~50회에서 비극적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갑분이나 척사광 등이 반촌의 수장이 됐다는 얘기는 곧 분이가 없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종영까지 단 두 회가 남아 있는 터라 분이가 끝내 이방원의 편이 돼 반촌을 버리는 설정이 등장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만큼 분이는 도담댁이 되지 못할 경우 자칫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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