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내밀면 다리 벌리는 여성' 한양대 사과했다지만...
‘여성 혐오 강의 사과’에 학생들 “형식적 사과 의미 없어”
한양대학교에서 전교생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의에 여성 혐오와 편견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자료로 사용해 논란되자 사과문을 올린 가운데, 학생들이 오히려 반발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2016-1학기 HELP4 9주차 수업에서 눈으로 믿기 힘든 내용이 발견됐다”며 “단 두 장의 사진 속에 여성혐오와 외모에 대한 차별, 황금만능주의의 관점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고 두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2007년부터 전교생 필수 과목으로 선정된 HELP는 ‘휴먼 리더십 수업’으로 한양대 인재개발원 리더십센터에서 주관하는 과목이다. 문제가 된 사진은 SNS에서 많은 비판이 일자 한양대학교 학생회에서 나서 성명서를 냈다.
첫 번째 자료는 남성이 반지를 내밀자 다리를 꼬고 있던 여성의 다리가 벌어지는 사진이고, 두 번째 자료는 뚱뚱한 남성에게 반지를 받자 그 남성의 몸이 근육질로 보이는 사진이다.
총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마음을 훔쳐라! 욕망을 자극하라! 꿈을 팔아라!’ 소제목 하에 ‘상대의 마음과 욕망을 자극할 아이디어를 활용해야 한다’는 강의의 목적과 본 사진은 전혀 무관하다”며 “그 내용 자체가 심각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HELP4 수업에 포함된 본 사진을 즉각 삭제할 것”과 “본 문제에 대해 리더십센터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한양 인재개발원 리더십센터는 “감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강의에 활용된 사례는 교육상으로 부적절했다”며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해당 교수님과 협의를 통해 곧바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콘텐츠 점검 TFT를 구성(5월), 한양리더십(HELP) 전 강좌를 재점검(~7월), 점검 결과를 전 수강생들에게 공지(8월)”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러한 답변을 받은 학생들은 오히려 거세게 반발했다. 가장 학생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의견에는 “헬프에서 견지하는 교육의 관점과 실효성, 강제성에 대한 답변이 전혀 없다”며 “대외적으로 문제가 된 이미지 한 장에 대한 해명만 있고, 대책에 대한 상세 계획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이번 강의가 문제가 된 것은 ‘수강생 여러분들에게 불편함을 끼쳐서’가 아니라 젠더감수성이 전혀 없는 자료를 사용한 것을 비롯해 헬프에서 가르치는 관점 자체가 편향적이고 차별적이라는 종합적인 문제”라며 “급한 불 끄기 식의 사과문 말고 문제 발생의 정확한 이유 진단과 성명서 전체에 대한 답변, 학생 대표를 포함한 재발방지 계획”을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총학생회에 따르면 HELP는 내용이 권력 중심의 관점으로 이루어져 도입 이래 학생들 사이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강제성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고 한다. 이에 학생회는 “어느 공간보다도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대학에서, 학교 필수 커리큘럼조차 오히려 앞장서 이를 조장한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교육의 의미를 찾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