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우리한테만 왜 그래”라고 떼쓰는 교육부
기존 '검정' 오류 잡는다던 '국정' 오류에‘기존 검정교과서 또한…’변명 계속
제대로 한 해명도 흔드는 한 구절 ‘기존 검정교과서 또한…’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최종본이 공개된 지금까지 교육부의 해명·설명에서 자주 보는 문장이 있다. ‘기존 검정교과서 또한…’으로 시작하는 문장이다.
지난 2일 오후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안창호 사진설명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수정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기존 검정교과서 또한 검정 통과 과정 및 검정 통과 이후에도 교과서 수정‧보완 절차에 따라 수정‧보완을 실시하여 교과서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며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최근 3년간 수정․보완 내역’을 공개했다.
이 같은 태도는 지난해 11월 ‘올바른 역사교과서문제점 지적에 대한 국사편찬위원회 입장 발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제주 4·3 사건을 왜곡해 서술하고 있다는 지적에 “기존 검정교과서(비상, 천재)도 제주 4․3사건 희생자 수를 명시하거나 역사적 의미를 기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위안부 학살을 은폐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기존 검정교과서도 일본군 ‘위안부’학살에 대한 서술이 없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무장독립운동을 축소했다는 지적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회담을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물론 교육부가 단순히 기존 검정교과서와 비교한 답만을 내놓지는 않았다.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곁들인 해명도 있었고, 일부 지적은 기존 검정교과서와의 비교가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기존의 검정교과서의 오류를 바로 잡고자 국가적으로 나선 교과서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상대를 향해 “기존에도 그랬다”는 답을 내놓으면 아무리 그와 함께 충분한 설명을 해도 교육부의 해명이 힘을 잃는다.
아직 보급본이 나오지 않은 국정 역사교과서는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교육부는 다양한 창구로 오류를 수집하고 충분히 정정한 보급본을 제작하면 된다.
그러나 해명자료를 낼 때마다 기존 검정교과서와 비교하면서 ‘지금까지도 그래왔다’는 문장을 덧붙이는 것은 ‘우리한테만 왜그래’하고 떼쓰는 모양새로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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