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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 제정 1년…여전히 '답보' 상태인 북한인권재단


입력 2017.03.02 16:34 수정 2017.03.02 16:37        하윤아 기자

야당, 상근이사직 보장 요구하며 이사 추천 명단 보류

"인권유린 방관하는 범죄행위…밥그릇 싸움은 그만해야"

2016년 3월 2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북한인권법안이 재석 236인 중 찬성 212인, 반대 0인, 기권 24인으로 가결 처리되고 있다. ⓒ데일리안

야당, 상근이사직 보장 요구하며 이사 추천 명단 보류
"인권유린 방관하는 범죄행위…밥그릇 싸움은 그만해야"


11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이 2일로 제정된 지 1년을 맞았다. 그러나 법안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은 야당의 이사 추천이 늦어지면서 출범하지 못하고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주민의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해 △북한인권 관련 실태조사·연구 △정책대안 개발 및 대정부 건의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는 북한인권법 이행의 핵심기구로, 올해 118억의 막대한 국가예산이 편성됐다.

그러나 정작 재단을 이끌 이사진이 구성되지 않아 현판식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인권법 제12조는 재단 임원의 구성과 관련해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각각 5명을 추천해 총 12명의 이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지난해 3월 북한인권법이 제정돼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뒤에도 줄곧 이사 추천 명단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법률안에는 국회의 이사 추천 기한이 명시되지 않아 결국 재단의 출범은 야당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셈이다.

야당은 현재 재단 이사장과 사무총장 등 상근이사직에 야당 몫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률안에 따르면 재단의 이사장은 이사들의 투표로 선출되며 사무총장은 이사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야당은 현 상태에서 재단이 출범할 경우, 전체 이사진 12명 중 과반인 7명이 정부여당 추천 인사로 구성되기 때문에 상근이사직을 정부여당 추천 인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국회에서 통보를 해오면 바로 재단을 출범할 수 있는 행정적인 준비는 다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법 제정 후 재단 설립준비팀을 가동하고 설립위원회를 구성해 정관을 마련해놓는 한편,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사무실을 임차하는 등 국회의 이사 추천이 완료되는 즉시 재단을 출범할 수 있도록 관련 준비를 모두 완료해놓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인권과 관련한 주요 사업을 재단이 수행하는 것으로 메커니즘을 설계했다. 재단이 출범해야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는데 (재단이 출범하지 못해) 그런 사업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막혀있는 상황"이라며 "재단 출범은 (북한인권) 정책 추진이나 이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총 네 차례에 걸쳐 국회에 공문을 보내 이사 추천을 의뢰·독촉했지만, 야당 측은 여전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으로 정치권의 관련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에 북한인권 활동가들과 법률 전문가들은 이사 추천을 보류하고 있는 야당의 행태를 지적하며, 재단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통과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20년 전부터 국제사회를 통해 알려졌고 그 해결 방안으로 2013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활동을 개시해 북한인권보고서가 제출됐다"며 "이후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야 여론에 떠밀려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지만 법안에 명시된 북한인권재단은 해가 지난 2017년 지금까지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이것은 분명 국회의 직무유기를 떠나 2700만명의 북한 주민들에 대한 모독이고 북한의 인권유린을 방치하고 방관하는 범죄행위"라며 "국회는 더 이상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지 말고 본분과 사명을 다해 하루속히 재단 설립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당이나 국회는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통일부 장관에게 추천하는 단계까지만 관여할 수 있고, 추천이 완료된 이후 누구를 상근이사로 임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로지 재단이사회의 자율과 통일부 장관의 권한에 맡겨져 있음이 법문상 명백하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이 상근이사를 자신들이 임명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로써 인권을 오염시키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어 "일단 법 시행에 협조한 뒤 북한인권법의 개정안을 내는 것이 떳떳한 일이지 만들어진 명문의 규정과 법의 취지에 저촉되는 주장을 하면서 법 시행을 방해하는 것은 공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동포의 인권문제를 애써 외면하면서 법의 시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반인도범죄자를 돕는 행위가 될 것"이라며 야당에 이사 추천을 촉구했다.

이밖에 북한인권법에 따라 임명된 이정훈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는 "야당의 비협조가 법안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의 출범 자체를 막고 있는 상황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국회가 (북한의) 반인도 범죄행위를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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