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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브리핑] MBC노조 “성추행 피해자라 부르지 못했던 MBC의 논술 문제”


입력 2020.09.14 17:03 수정 2020.09.14 17:03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MBC 로고 ⓒMBC 로고

MBC 노조가 최근 논란이 된 MBC 입사시험 문제를 비판했다. 해당 문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와 관련한 내용으로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담겼다.


< 이하 MBC노조 입장 전문>


MBC 입사시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9월 13일 MBC 취재기자 논술 문제로 출제됐다. 많은 응시자들은 ‘논제 자체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있다’고 불쾌해 했다. ‘논제가 편향적’이며 ‘사상검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MBC노조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문제를 냈는지 밝힐 것을 박성제 사장에게 요구한다. 지금까지 MBC 보도 행태로 미루어 어떻게 대답하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인지 대단히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권 정치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 호소자라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진 사람을 뽑으려는 음모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 MBC는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목숨을 끊은 당일 보도에서는 성추행 범죄를 고소한 전직 여비서를 ‘피해자’라고 호칭했다. 그런데 그 이후 성추행 피해 정황들이 드러나는데도 오히려 ‘피해자’ 호칭 사용을 꺼렸다.


7월 13일 MBC 뉴스데스크는 피해자 측 기자회견을 보도하면서 단 한 마디도 ‘피해자’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신수아 남효정 기자는 그 대신 피해 호소인 또는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말로 일관했다.


7월 15일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성추행 의혹을 사과한다면서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자, 경향신문 한겨레까지 포함해 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MBC 김지경 기자의 리포트에서는 그런 문제의식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MBC가 다음날부터 ‘피해자’라는 말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MBC 기자들이 밤새 각성한 것일까? 사실은 다음 신문 기사 내용이 그 단서인 것 같아 씁쓸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 피해자라고 호칭을 바꾸기 시작했다.” (「여전히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하는 민주당」 경향신문 2020년 7월 15일)


그렇게 보도했던 사람들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 호칭 문제에 어떤 답변을 원하는가. “그건 MBC가 결정하면 안 되고 청와대에서 결정해주어야 한다”고 쓰면 합격시키려 하는가.


2. MBC 사내 성의식에 문제가 있다


또한 이번 논술 문제 논란은 일부 MBC 구성원들의 왜곡된 성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MBC는 외부 조직의 성추행 비리 은폐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도 2019년 말 회사 고위간부가 여사원에게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사건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사내 문제로 끝내고 말았다. 문책의 형평성뿐 아니라 나쁜 선례가 잘못된 의식을 만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박성제 사장과 현 경영진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성인지감수성'은 성범죄 사건을 피해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에 비추어 이번 사건을 판단하기 바란다.


2020년 9월 14일 MBC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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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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