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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피로도 높은데…스웨덴식 집단면역을 한국에 도입하면?


입력 2020.09.20 06:00 수정 2020.09.20 00:5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유럽 주요국, 신규 확진자 최대 7000명대

스웨덴은 최대 300명대에 불과해

항체형성률 낮고, 인명피해 크다는 지적

"거리두기하며 백신 개발 기다려야"

지난 8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랑홀멘섬에 모인 시민들이 일광욕, 수영 등을 즐기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지난 8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랑홀멘섬에 모인 시민들이 일광욕, 수영 등을 즐기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 세계가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집단면역 방식의 방역정책을 이어온 스웨덴이 안정적 흐름을 보여 이목을 끌고 있다.


19일 글로벌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스웨덴 일별 신규 확진자는 지난 6월 24일(1698명)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선 16일(332명)과 9일(314명)을 제외하면 90~200명대 안팎의 증가 폭을 보이고 있다.


인구수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프랑스·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에서 적게는 1000여 명, 많게는 700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스웨덴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일찍이 집단면역 방식을 채택해왔다. 집단면역이란 구성원들이 바이러스에 서서히 감염돼 사회 전체적으로 면역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스웨덴에선 올 초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지대를 중심으로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 '무책임한 방역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이후 확진자 증가 폭이 안정세에 접어들어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 일별 확진자 발생 추이 그래프. ⓒ월드오미터 홈페이지 갈무리 스웨덴 일별 확진자 발생 추이 그래프. ⓒ월드오미터 홈페이지 갈무리
韓, 반복된 거리두기로 높아진 피로도
방역·경제 균형 위해 집단면역 대응 가능할까


한국의 경우 반복되는 거리두기 정책으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다.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꾀하고자 하는 방역 목표를 감안하면 거리두기 정책보다 집단면역 정책이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스웨덴이 모종의 '성과'를 거두기까지 치러야 했던 대가를 따져보면 국내 도입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집단면역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통상 70% 이상의 국민이 항체를 보유해야 하지만 스웨덴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단면역 과정에서 발생한 스웨덴 사망자 규모를 인구 비례를 고려해 우리나라에 대입할 경우, 대략 3만 명 인명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이혁민 연세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최근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열린 온라인 포럼에서 "스웨덴의 항체 양성률은 현재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나 5700여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은 (인구 비례로 계산했을 때) 우리나라로 치면 3만 명이 사망한 것과 같은 피해"라고 지적했다.


마리아 반 케르크호브 WHO 코로나 기술책임자는 지난 8월 말 기자회견에서 "집단면역은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을 갖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바이러스를 맘껏 뛰놀 수 있게 해놓고 자연스럽게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건 매우 위험하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스웨덴이 집단면역 방식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수도 스톡홀롬에서 일상을 즐기는 모습. ⓒAP/뉴시스 스웨덴이 집단면역 방식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수도 스톡홀롬에서 일상을 즐기는 모습. ⓒAP/뉴시스
"원치 않아도 '스웨덴의 길' 갈 수밖에"
거리두기는 '임기응변'…백신 통해 집단면역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스웨덴식 방역의 '방법론'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집단면역 확보라는 '목표' 자체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은 지난달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에서 "잔인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방어책이 아니라 시간 벌기 수단이라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며 "원치 않아도 스웨덴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 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가 "감염 속도를 최소화해 국내 의료진·의료기관이 최대 전력으로 하나하나 치료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데 있다"며 현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거리두기 정책을 통해 의료시스템 과부하를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평가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과 관련해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항체가 10개월 이상 유지되고, 효과가 75%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인근 쇠데말름에서 시민들의 일상을 즐기는 모습. ⓒAP/뉴시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인근 쇠데말름에서 시민들의 일상을 즐기는 모습.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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