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300억 투입된 대작 '스위트홈' 주인공
이응복 감독 디렉션과 대본에 의지해 연기
배우 송강이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스위트홈'으로 두 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주연을 맡았다. 전작에서 '첫사랑의 표본'인 순정남 같은 면모를 보였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거칠고 음울한 얼굴을 드러냈다.
우리가 감상한 '스위트홈' 속 차현수의 모습은 차현수를 향한 송강의 이해와 공감에서부터 시작됐다. 송강은 그린홈 주민을 지켜야 하는 정의감을 느껴야 할 때면, 실제로 지키고 싶은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했다.
"현수는 학교 폭력 당하고 가족들에게 외면 당하고 심지어 떠나보내기까지 했죠. 그린홈에 오기까지 현수의 상황이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웹툰보다 드라마가 현수의 감정이 더 깊게 표현돼 있기 때문에 몰입이 더 잘됐어요. 또 이응복 감독님이 감정을 세세하게 가르쳐주셔서 이해도 빨리 됐고요."
차현수는 죽고자 하는 욕망에서 주민들을 지켜야하겠다는 의지를 갖기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점층적으로 보여준다. 송강은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현수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눈빛, 대사 등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했다.
"제가 생각한 현수는 삶의 의지가 하나도 없는, 죽고싶어하는 욕망이 컸다면 아이들과 그린홈 주민들을 만나면서 정의로움이 쌓이죠. 그 때부터 현수의 살고싶다는 욕망이 죽고싶다는 욕망을 중화시킨 것 같아요. 이 감정을 무미건조함을 유지하면서 눈빛이나 표정, 입꼬리 등으로 조금씩 밝아지는 현수를 표현하려했어요. 현수의 괴물화 단계를 정해놓고 연기를 연습하기도 했고요."
그는 총 300억원이 투입된 대작 '스위트홈'의 주인공이란 사실이 어깨가 무거웠지만 이도현, 박규영, 고민시 등 또래 배우들과 고민을 이야기하며 해소해나갔다.
"한 드라마의 주인공을 한다는 건 참 부담이 많이 돼요. 스트레스가 컸는데 함께 연기하는 친구들과 그 부분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고맙게도 현수 캐릭터에 대한 각자 코멘트도 해줘서 도움이 됐고요. 또래였지만 모두 다 연기를 잘해서 많이 보고 배웠습니다."
특히 송강은 이도현이 촬영현장에서 캐릭터의 관계성을 고려해 거리감을 유지하는 행동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도현이와 평상시에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았는데 어떤 날은 말이 없더라고요. 알고보니 캐릭터의 관계성 때문에 일부러 친해지지 않으려고 했더라고요. 그런 점까지 신경쓴다는게 멋있게 느껴졌어요."
드라마의 분위기는 스산하고 공포스럽지만, 촬영 현장만큼은 화기애애했다. 송강은 촬영하면서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거미 괴물과 전투신을 찍은 후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쑥쓰럽게 털어놨다.
"컷 소리가 나자마자 모두가 기립박수를 쳐주시더라고요. 이런 그림들이 재미있었어요. 나중에 돌이켜보면 '스위트홈'은 저의 추억이 많이 담겨 있는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
송강은 8회에 재헌(김남희 분)이 자신을 희생해 괴물과 싸우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김남희의 실감나는 연기력에 모니터만 보고도 슬픈 감정에 이입할 수 있었다.
"재헌이가 죽는 신을 저 혼자 다른 날 연기했어요. 감독님께서 재헌이 죽는 걸 모니터로 영상 보여주셨는데, 모니터만 봐도 너무 슬프더라고요. 당시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우는 장면을 찍어야해서 부담이 됐는데, 재헌이 죽는걸 모니터로 보니 감정이 잘 끌어올랐어요. 그래서 그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본인의 것이었다. 차현수가 아이들에게 "너희들을 지켜줄게"란 말은 송강 자신에게도 위로가 됐다.
"송강이 살아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이유가 아이들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보시는 분들도 따뜻하게 느끼실 것 같아요. 또 '사람을 죽이지 않는 괴물도 있어요'란 말은 먹먹한 여운이 남았어요. 그린홈 주민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대사로 느껴졌거든요."
이진욱, 이시영, 김상호, 김남희 등 선배 배우들과의 촬영해서 배운 점들도 많았다. 송강 입장에서는 먼저 편하게 다가와주는 선배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선배님들이 현장에서 긴장감을 많이 풀어주셨어요. 선배님들과 연기하며 호흡적인 부분을 배웠어요. 김상호 선배님이 단순하게 대사를 내뱉는게 아니라, 감정은 눈에 주고 대사를 부수적으로 친다면 더 담백하지 않겠냐고 조언 해주셨어요."
'스위트홈'을 모두 본 시청자들은 시즌2를 원하고 있는 상황. '스위트홈'도 시즌2를 고려한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차현수는 어떤 모습일까.
"각성한 현수가 자신을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모습이 어떨까 싶어요.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고 강력해져서 괴물을 물리치는 현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던 송강은, 이제 희노애락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필모그래피가 하나, 둘 씩 쌓일 수록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대중에게 잘 전달해 웃음과 감동을 전하고 싶어졌다.
"어떤 감정이든지 깊고 틀에 갇히지 않게 표현해 공감을 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