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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탐구㉔] 캐릭터는 배우의 인성에 빚진다, 아야세 하루카


입력 2020.12.30 04:05 수정 2020.12.30 00:06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아야세 하루카 ⓒ㈜영화사 조제 제공

배우마다 이미지가 있다. 생김새나 분위기, 그동안 해온 작품들을 통해 이미지가 생긴다. 최근에는 예능 출연이나 SNS 활동도 많아 개인적 일상이 이미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연기를 매우 잘하거나 인기가 아주 높다면 이미지 변신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많은 경우 이미지와 배역이 맞아떨어지는 캐스팅이 많다.


드물게는 배우의 인성에 캐릭터가 빚지기도 한다. 이미지와 인성의 다른 점은 후자가 좀 더 배우 개인의 본질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본질을 캐스팅에 참여하는 제작자, 감독, 작가조차 전부 알 수 없는 마당에 대중이 그 인성을 안다 하기는 어렵지만, 오랜 시간의 활동과 인터뷰 발언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전해지고 각인된 품성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한 인성과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지면 극의 현실감이 배가된다.


배우로서의 이미지에 개인의 인성까지 더해져 대중에게 인정받으면 좋은 점이 있다. 주로 선한 인성일 때 그러한데, 첫째는 관객이나 시청자가 캐릭터의 고난에 공감하고 행복을 응원하면서 극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둘째, 이러한 몰입도와 배우에 대해 가지는 호감도가 겹쳐지면서 작품의 흥행지수를 높인다.


영화 '이치'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정보

오늘의 ‘배우탐구’ 주인공, 아야세 하루카가 바로 이런 경우다. 아야세 하루카는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일본의 톱스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섹시 화보를 찍던 화려한 느낌의 연예인이 단아한 이미지에 심성 고운 인성을 지닌 배우로 성공하는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비결은 크게 네 가지다. 아야세 하루카는 그라비아 아이돌로 TV 예능 등에 나올 때도 뭐든지 열심히 하는 전력투구 태도로 임했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기억에 남고 사람들이 좋아하면 인기가 생긴다. 인기를 바탕으로 TV 드라마에 진출하고 영화에 캐스팅이 된 후에도 아야세 하루카 성실한 자세를 유지했다. 액션 영화에 출연하면 촬영 6개월 전부터 훈련을 받았고, 악기 연주하는 장면이 있으면 열심히 연습했고,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으면 맹인학교에 가서 지팡이 짚는 법을 배웠다.


영화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 촬영현장 ⓒ㈜디스테이션 제공

두 번째 비결은 첫 번째의 연장선에 있는데, 그러한 성실한 실행에 늘 웃는 얼굴로 임했고 스태프를 먼저 배려했다. 미담은 퍼진다. 겸손하다, 변함없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세 번째 비결은 타고난 미모다. 어떻게 보면 깨끗한 피부에 반듯한 콧날에서 배우 공리가 보이고, 다르게 보면 살짝 처진 눈꼬리에 크게 웃는 입술에선 앤 해서웨이가 보인다. 가장 중요한 건 눈빛, 웃어도 울어도 눈에서 별들이 반짝인다. 거기에 실물이 훨씬 예쁘다는 목격담들이 보태지며 미모에 대한 상상은 더욱 아름다움을 향해 날개를 단다.


영화 '호타루의 빛' 스틸컷 ⓒ㈜영화사 조제 제공

가장 큰 비결은 연기력이다. 무엇을 맡겨도 설득력 있게 소화해 낸다. 게다가 대중의 호감도는 이제 아야세 하루카가 어떻게 소화해도 수긍할 만큼에 이르렀다. 영화 ‘호타루의 빛’의 일명 건어물녀에서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의 공주까지 모두 잘 어울린다.


그래도 자신이 지닌 이미지와 인성에 어울리는 역일 때 더욱 빛나는 건 사실이다. 일테면 영화 ‘가슴 배구단’에서처럼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였을 때도 긍정의 힘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 드라마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에서와 같이 상대가 잘못해서 벌어진 곤란한 상황에서도 불편한 상황이 됐다는 자체만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태도,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엄마 같은 맏언니로 한 가정의 가장 노릇을 하는 듬직함은 아야세 하루카가 가진 배우로서의 이미지와 그간 대중에게 전해진 인성 덕에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영화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 스틸컷 ⓒ㈜디스테이션 제공

작품을 통해 보자면, 영화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영화 속 세계에서 현실 세상으로 온 미유키 공주가 주인공인데, 말괄량이 공주에서 현숙한 여인으로 점차 변모한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습, ‘호타루의 빛’에서의 털털한 모습이 있었기에 말괄량이도 어울리고 깨끗한 미모에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을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과 의상이 보태지며 영원한 사랑을 하는 여인의 기품에도 제격이다.


드라마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의 주인공 하나에 씨는 서른이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해 본 여인이자 뭐든 원칙대로 행하는 모범 회사원인데 어쩌다 아홉 살 연하의 회사 아르바이트 대학생과 사랑에 빠진다. 꾸밀 줄도 모르고 남을 배려만 하는 조금은 갑갑한 모습부터 처음 손을 잡고, 처음으로 남자와 오래 문자를 주고받고, 처음 남자친구네 집에 가는 행동들에 설레하고 주저하고 의미 부여하고 해석하고 오해하고 애타는 모습까지 완벽하게 연기했다. 아야세 하루카가 지닌 이미지 덕에 캐릭터가 생생하고, 배우가 지닌 인성 덕에 현실감이 대폭 상승한다.


드라마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장면 ⓒ출처=채널W 홈페이지

그 결과는 시청률에서도 확인된다. 아야세 하루키가 주연한 드라마는 시청률 두 자릿수가 어렵다는 일본에서 10%대 시청률을 보장한다. 여전히 광고주들의 러브콜이 왕성하고 하나의 화장품에 16년째 모델로 기용되는 것에서도 대중이 보내는 호감도와 신뢰도가 보인다.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에 아야세 하루카의 작품 여러 가지가 올라있다. 외출도 어려운 요즘,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질 수 있는 배우, 노력·연기력·호감도·미모의 네 박자를 갖춘 아야세 하루카를 만나 보는 건 어떨까. 조금 긴 데이트를 원한다면, 10부작 드라마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를 추천한다. 우리도 종종 외치고 싶은 말 아닌가,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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